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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권영수 앞세운 뉴LG 체제 구축 시작했다
16일 이사회서 권영수 부회장 ㈜LG 등기이사로 선임…인사팀장도 교체
2018-07-15 15:28:48 2018-07-15 15:28:48
[뉴스토마토 박현준·왕해나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친정체제 안착을 위한 새 판짜기에 돌입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하현회 ㈜LG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꾸는 고위 임원 인사에다, ㈜LG의 인사팀장까지 교체하는 등 조직개편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권 부회장을 근거리로 불러들인 배경에는 그룹 주요 계열사의 수장을 두루 거친 재무통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오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권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LG유플러스도 같은 날 이사회에서 하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출한다. 그룹 2인자로 꼽히는 지주회사 대표이사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는 셈이다.
 
재계는 구 회장의 이 같은 깜짝 인사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취임 보름 만에 그룹 핵심 경영진을 교체한 데는 ‘구광모 체제’를 빠르게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서는 LG그룹 3대 축인 전자, 화학, 통신을 모두 거친 권 부회장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권 부회장은 LG전자에서 최고재무관리자(CFO)로 2006년 사장으로 승진했고, 이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역임한 후 LG유플러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구 회장과의 인연도 눈에 띈다. 구 회장이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경영수업을 받을 당시 재경부문을 이끌던 인물이 권 부회장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전자, 화학, 통신까지 여러 계열사를 거친 만큼 경험을 살려 안정적인 체제 안착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통으로 알려진 권 부회장이 그룹으로 옮기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LG전자 휴대폰 사업본부, 중국 업체와의 경쟁으로 고전 중인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구 회장 상속 문제와 구본준 ㈜LG 부회장의 계열 분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범 LG 일가는 3~4개 계열분리 안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의 지분 정리가 시작되면 구 회장의 지분 상속도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 부회장이 재무통이라면, 하 부회장은 경영기획통으로 평가된다. 하 부회장은 2012년부터 2년간 ㈜LG 시너지팀장을 맡아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등 그룹의 주력 사업이 성장하며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LG전자 HE사업본부장 시절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2015년부터 ㈜LG 대표이사를 맡으며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해 성장 사업을 육성하고 경영관리 시스템을 개선했다.
 
하 부회장은 5세대(5G) 이동통신 전략을 마무리하고 SK텔레콤·KT와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달 5G 주파수 경매를 마무리하고 구체적인 5G 전략 마련과 망 구축을 위한 협력사 선정 작업에 한창이다. 다양한 계열사를 경험한 하 부회장은 LG유플러스가 5G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계열사와의 협력 사업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블TV 방송사 인수합병(M&A), 넷플릭스와의 제휴 등도 하 부회장의 당면과제로 꼽힌다.
 
인사팀장의 교체도 눈에 띈다. LG그룹은 구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달 말 이명관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를 ㈜LG 인사팀장(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부사장은 2008~2015년 ㈜LG 인사팀장을 맡은 이후 LG경영개발원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 말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에 선임됐다. 전무급이던 ㈜LG 인사팀장을 부사장으로 교체한 것은 구 회장 체제를 이끌 주요 경영진 선별이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구 회장이 계열사 CEO 교체 등을 통해 새로운 조직 구성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앞으로 ㈜LG 팀장급 뿐만 아니라 계열사 부회장급이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큰 규모의 인사가 또 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연말 정기 인사 때 보면 향후 그룹의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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