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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CEO들 “올해 경제 불확실성·패러다임 변화 우려” 한 목소리
“IoT·빅데이터·AI 등 신사업 발굴에 총력”
2018-07-05 16:33:26 2018-07-05 16:33:26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전자·전기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경영 상황에 대해 앞 다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고 시장경쟁이 심화되는 동시에 정보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기업들은 대외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해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서 돌파구를 모색한다.
 
5일 전자·전기 기업들이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대외 경영 여건에 대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으며, AI·자율주행 등 정보기술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는 업계에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경신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신사업 발굴이 더디고 기존 사업 영역에서는 경쟁이 심화되는 점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김기남 사장은 하반기 경영 메시지에서 현재 삼성전자의 상황을 ‘혁신가의 딜레마’에 빗대기도 했다. 혁신의 딜레마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을 가진 거대 기업이 어느 시점에서 더 이상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고 새로운 기술을 가진 후발 기업의 기술에 시장지배력을 잠식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날의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의 열매로 반도체, TV,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 화웨이의 트리플 카메라, 비보의 인디스플레이(in-display) 지문인식 등 신기술에서의 세계 최초 타이틀을 중국에 내주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다른 기업의 CEO들의 메시지에서도 나타난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보호무역주의 증가,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한 급속한 추격 등으로 인해 작년에 이어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이 예상되고 있다”며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경쟁이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의 총공세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액정표시장치(LCD) 공급 과잉은 패널 가격을 원가 근처까지 떨어뜨렸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1위 자리(수량 기준)를 중국 BOE에 넘겨줬고 1분기 1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냈다. 구자균 LS산전 회장 역시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보호무역주의와 국내 대규모 투자의 감소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CEO들은 신기술 도입과 혁신을 통한 체질 변화를 공통 과제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를 AI로 삼고 글로벌 AI 시장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AI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유럽·북미 지역 출장길에 올랐다. 이후 삼성전자는 전 세계 거점 도시에 AI 센터를 설립하고 2020년까지 AI 전문가 1000명을 모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김기남 사장은 “기존 생각을 뛰어 넘는 과감한 도전과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고자 하는 혁신의 문화를 바탕으로 외부의 급격한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하고 지속가능경영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가전사업 의존도가 높은 LG전자 역시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올해 길 안내 로봇, 청소로봇 등 다양한 용도의 로봇을 선보이고 로보티즈, 사노바로보틱스 등 로봇산업에 활발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전 사업 영역에서 플랫폼 효율화와 모듈러 디자인, 표준화·공용화를 통해 제품 경쟁력과 고객 가치를 확보하겠다”면서 “AI·빅데이터와 같은 미래 기술들을 사업 및 경영 전반에 접목하고 외부와의 협력을 확대해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위기 극복을 위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섰다. 한상범 부회장은 “OLED TV의 프리미엄 시장 선도 등을 중점 추진함으로써 일류 수준의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5세대 양산을 시작한 OLED 조명 사업의 확실한 사업 기반 구축과 차세대 제품의 적기 개발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창사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는 SK하이닉스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수익구조 다변화와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을 정점으로 주력 분야인 메모리반도체의 성장이 둔화되는 등 언제든지 호황 사이클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당면한 기술 난제를 극복하고,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한 차별적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AI와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급변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판을 주도하는 입지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과 LS산전 등 전기 기업도 디지털화를 통한 기술경쟁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구자균 회장은 “디지털 기기 제품 라인업 구축과 ICT,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 개발을 조속히 추진해 미래를 담보할 사업 포트폴리오로 진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도 “모든 산업에서 변화가 시작된 지금, LS전선은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을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며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미래 산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인류의 미래와 가치를 연결하는 중심에 서겠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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