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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트럼프 자국 IT보호, 약일까 독일까
2018-03-25 13:30:42 2018-03-26 15:01:14
왕해나 산업1부 기자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대표작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는 두 종류의 집단이 등장한다. 일본에서 조립해 세계로 수출하는 렉서스 제조사 토요타와 올리브나무 한 그루가 심겨져 있는 예루살렘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다. 렉서스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현대적 시스템의 상징이요, 올리브나무는 국가의 정체성에 집착해 과거에 머물러있는 모습이다. 이 책은 멈출 수 없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의 기차를 타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한때 미국을 휩쓸었던 세계화, 자유무역 기치와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올리브나무 지키기에 연연하는 모습이다. 자국 가전업체 월풀의 세이프가드 요청에 따라 한국산 세탁기에 최대 50%의 관세폭탄을 투하했다. 세탁기 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한국 업체들에 추월당할 것을 우려해서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탁기 물량이 300만대인 점을 감안할 때 피해금액은 어림잡아도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제품 대상으로도 세이프가드를 발동한데 이어 한국산 텔레비전에 경고를 보냈다.
 
미국 정부의 자국 전자·IT산업 보호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은 안보 위협을 근거로 중국 업체들의 미국 진출을 적극 방어하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화웨이의 미국 시장 직접 진출 시도를 차단하고, 최근에는 미국 최대 소비자 가전제품 소매업체 베스트바이에서도 화웨이 스마트폰을 퇴출했다.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업체들이 미국 소규모 무선·브로드밴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을 공략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제재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싱가포르의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도 ‘단호한 인수 저지’라는 대통령령에 가로막혔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안에 투항한 기업들은 모두 분노의 한마디를 내뱉었다. “모든 피해는 자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미국의 외신들조차 미국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에 수입품을 사게 될 것이며 소비자 선택권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국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다른 나라의 무역보복 조치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무거운 관세를 견디지 못한 가전업체들은 현지 제품 가격 인상이라는 카드를 택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0억달러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미국산 농산물 등에 30억달러 보복 관세 부과 조치로 맞섰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과거 자국 보호주의를 택한 국가는 이후 수출품 급감과 경제 타격, 일자리 감소 등 역풍을 맞았다.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 
 
왕해나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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