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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 업계 "발주처 갑질 강화하는 건진법 개정 반대"
사고 발생 시 설계 노동자에 책임 전가 가능성 높아
건설 현장 안전사고 대부분 부실시공으로 발생
2017-02-13 17:18:58 2017-02-13 17:18:5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토교통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에 대해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개정안에는 공사 착공부터 하자담보 기간 내 사망사고 등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설계, 감리 노동자도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업계는 현장에서 사고 발생 시 1차적으로 안전책임이 있는 시공사와 발주처가 설계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발주처 갑질 강화법'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3일 건설기술진흥법(이하 건진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부실공사 방지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건설 관계자의 법적 의무를 구체화하고,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공공공사 사업관리기술자(감리자)에 대한 행정처분 및 벌칙 규정이 신설됐고, 중대사고에 따른 감리자의 처벌기간도 '준공 후'에서 '착공 후'로 바꿔 건설공사 중 사고에 대한 처벌근거도 명시됐다.
 
이에 건설기업 노조 관계자는 "산업 안전사고의 책임을 엄격하게 하고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건진법 개정안의 취지는 동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책임범위를 지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처벌 대상만 확대하는 것은 산업 안전사고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도 발주처의 과중한 업무와 갑질에 시달리는 설계 엔지니어링 노동자들이 발주처에게 시달리게 되는 요인만 추가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업계는 특히 개정안 85조와 87조에 명시돼 있는 내용이 불합리하다고 강조한다. 건진법 제 85조 개정안에 따르면 착공부터 하자담보 기간 내에 사망 및 중대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설계, 감리 노동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공사 기간 중 일어난 사고에도 설계 엔지니어링 노동자가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업계는 사고 발생 시 사고 원인이 설계대로 시공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부실시공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분쟁만 조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공사현장의 안전책임은 기본적으로 시공사와 발주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시 설계 탓으로 책임을 돌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발주처와의 갑을 관계에서 을에 위치한 설계 엔지니어링 업계가 그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공사 중 발생되는 문제는 대부분 안전관리 소홀 등 부실시공으로 인해 일어난다""이런 상황에서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발주·시공·감리·설계사 간의 책임 떠넘기기 등으로 인한 법적분쟁만 많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설계 분야는 공사 준공 후에도 갖가지 대가 없는 추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설계 분야의 실제 업무 기간은 공사 준공 시까지 늘어나게 된다"고 우려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에 대해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 위례신도시 아파트 신축현장. 사진/뉴시스
 
 
아울러 건진법 872항에 명시된 '건설기술용역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음으로 인해 부실시공을 야기하거나 발주청에 손해를 끼친 자에게 벌칙 부여'라는 부분이 구체적인 책임범위가 지정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엔지니어링 노동조합 연대회의 관계자는 "건설기술용역 업무는 설계자의 주체적인 결정보다 발주처 및 기타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이 많다""이런 현실에서 권리는 없이 책임만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발주처가 이를 악용해 과다 업무나 책임을 질 것을 압박할 경우 설계 엔지니어링 업계와 해당 노동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 밖에 없다. 또 모호한 벌칙 범위 및 강화로 인해 설계자들이 경제적인 설계보다는 보수적인 설계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공사비가 늘어 예산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재 국토부 홈페이지 입법예고란에는 정확한 기준 없이 기술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건설기술진흥법 반대 건설기술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건진법 개정 반대 발주처를 갑으로 만드는 법 진흥법이란 말이 무색하다 등 반대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토부 기술기준과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반대의견 및 건의사항이 몇 차례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13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이 만료되면 법체처 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상반기 내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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