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홍연기자] 제49대 대한변협회장은 역대 어느 협회장 보다도 부담이 크다. ‘변호사 생존권 확보’라는 정통적 난제 외에 ‘사시vs로스쿨’이라는 갈등 구도를 봉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신경써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역대 집행부에서 일선 변호사들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했던 대변인들을 통해 차기 변협회장의 현안을 짚어봤다.
46대 신영무, 47대 위철환 집행부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한 노영희 변호사는 청년변호사들의 취업난과 기존 변호사들의 생존문제를 가장 큰 현안을 짚었다. 그는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 청년 변호사들은 물론 기존변호사들까지 힘들어 하고 있다”며 “이런 여파가 변호사 범죄행위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책을 세울 것인지가 제1과제가 될 것”이라면서 “차기 집행부가 어떤 지혜를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노 전 대변인은 사시출신 변호사들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반목 갈등 역시 큰 해결과제로 지목했다. 그는 “변협은 양측을 서로 아우르고 화합하도록 해야지 한쪽 입장에 치우쳐 싸움을 붙이는 형국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선거 과정에서도 표를 모으기 위한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변호사의 위상회복과 여성변호사들의 일과 가정 양립 지원, 사내변호사의 처우 개선, 변호사 직역 수호 등도 주요과제로 꼽았다.
역시 46~47대 위철환 집행부에서 대변인을 역임한 최진녕 변호사는 청년변호사들의 일자리 창출과 갈라진 재야법조계의 화합을 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최 전 대변인은 “법조계도 우리 나라의 일부분이다보니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빈부격차,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격차, 청년변호사들의 취업난 등이 그대로 법조계에도 적용되고 있다”며 “차기 집행부는 기성법조인과 신규법조인들 사이에 있는 경제적, 사회지위적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청년변호사들의 퀄리티 있는 일자리 문제 해결방안을 명확히 제시하는 후보자가 협회장으로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대변인은 또 “지난 4년 동안 로스쿨 출신과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이 사시존치 문제를 두고 겪어 온 반목과 질시로 문제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차기 집행부는 어떻게 통합을 이끌어 낼지에 대한 비전과 해법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집행부인 48대 하창우 집행부 이효은 대변인 역시 변호사들의 생존권 확보를 차기 집행부의 제1과제로 꼽았다.
이 대변인은 “전관비리사건을 통해 알려진 것과 같이 일부 변호사들은 100억 이상의 수임을 받는다고 하지만 50만원짜리 사건도 맡으려는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고 현실을 털어놨다. 그는 “변호사들이 한달에 최소 사건 5건을 수임해야 사무실을 유지하고 살 수 있지만 이것이 안 되면 결국 탈법이나 불법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다”며 “변호사의 생존권 확보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생존권 확보를 위해서는 변리사나 행정사 등 유사직역의 변호사 업무영역 침해를 막고 현재 배출되고 있는 변호사 수를 적정 수준으로 제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합리적이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나 차기 집행부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법조인협회(이하 한법협) 소속 로스쿨 출신 현직 변호사들이 지난해 12월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앞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탄압하는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 및 그 수뇌부에 대한 불신임을 공표하며, 전원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왼쪽)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지난 4월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사시 존치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홍연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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