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횡수설거·횡수설화
2023-08-02 06:00:00 2023-08-02 06:00:00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특정 사건의 수사검사들 실명을 또 공개했습니다. 일명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와 그 수사지휘라인 등 11명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달 30일 수사검사들 실명을 공개하면서 "검찰이 봐주기 수사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거짓 진술을 이끌어내는 시도를 반복하거나 '친윤(친윤석열)' 검사들과의 카르텔에 의해 선택적 수사를 이어간다면 그러한 조작 수사의 책임은 수원지검 수사 관련자들이 오롯이 지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에도 '이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들'이라며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검사 16명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성남FC 제3자 뇌물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이 대표에게 출석하라고 통보한지 하루만이었습니다. 웹자보 형식으로 공개된 수사검사들의 신상에는 실명과 소속, 얼굴사진 까지 포함됐습니다. “야당 파괴와 정적제거 수사에 누가 나서고 있는지 국민들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기세 등등하게 공개했으나, 수사와 관계 없는 검사가 끼어 있거나 다른 검사 얼굴 사진을 잘못 게재해 빈축을 샀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명단에서 검사 얼굴사진이 빠지고, 11명 중 절반이 넘는 평검사 7명의 이름이 가려진 것은 그래서였을까.  
 
주지하는 바와 같이 검사는 물론 법관 그리고 여타의 공직자가 정치적이거나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자신의 직무상 권한을 이용하는 것은 범죄입니다. 그러나 권력자들이 정치적이거나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정치적 위력으로 그들을 공격하거나 압박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역시 안 될 일입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자꾸 수사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일까.
 
여러 레토릭이 앞을 가리고 있으나 그 목표가 '이 대표 구하기'라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재판 중에서 혹여 이 대표에 대한 혐의가 일부라도 인정된다면, 민주당은 그 법관들의 신상도 공개할 태세입니다. 이러니 검찰도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 차원으로 생각한다"며 콧방귀도 안 뀌는 상황. 수사검사 실명공개의 약발을 받는 것은 이른바 '개딸'들 뿐입니다.
 
지난 2005년 8월.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삼성으로부터 관리를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떡값 검사들'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노 의원은 "정치권과 재계, 언론계, 검찰 등 사회지도층의 검은 유착관계를 밝히는 것이 수사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일갈했지요. 좌고우면, 지지부진, '제식구 감싸기'에 전전긍긍했던 당시 검찰을 시어머니처럼 매섭게 꾸짖은 겁니다. 정치인이, 공당이, 수사검사 실명을 공개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결기 덕에 그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고 의원직까지 잃는 고초를 겪어야만 했으나.
 
정권을 견제하고 권력기관이 그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건 야당이 해야 할 가장 핵심 기능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그 목표가 '국민 보호'여야 함은 당연할 진데.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아몰랑'식 독주가 폭주로 이어지고 있는데도 소리만 요란할 뿐 제대로 한 번 을러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거대야당인 민주당이 그 핵심 기능을 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지금 민주당을 보고 있는 국민들은 삼복 중 한증막에 들어앉은 것 마냥 참 답답합니다.
 
사족.
 
지난 6월26일 대검찰청은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톡을 통해 자체 제작한 이모티콘을 무료 배포했습니다. "검모닝~"이라는 다소 쑥스러운 인사말이 가미된 여러 앙증맞은 이모티콘은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검찰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나름 일조 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최초 선착순 배포 2만5000명분 10분만에 전량 소진, 사흘 뒤 추가로 배포한 1만명분은 5분만에 소진."
 
검찰의 '공전(空前)의 히트'를 타전하는 뉴스들 중에는 앳된 여성의 얼굴 사진이 함께 포털에 걸린 것도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이모티콘을 직접 디자인한 대검찰청 소속 마약수사관. 
 
그의 얼굴이 소개된 기사 아래 네티즌들이 단 댓글 중에는 이런 걱정들이 담겼습니다. 
 
"아무리 신입이어도 수사관인데 대문짝만한 얼굴사진은 좀 내리지."
"검찰 수사관 얼굴을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올려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래도 수사관인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얼굴을 알려도되는건가?"
 
검찰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국민들의 우호적 관심에 한껏 고무됐음은 이해하고도 남을 일. 그러나 현직, 그것도 마약수사관의 얼굴과 실명·나이를 전면 공개하는 것이 과연 적절했까.
 
윗분들이 적이 알아서 판단하셨겠으나, 어쩔 수 없이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저만의 노파심일까요. 
 
최기철 미디어토마토 콘텐츠국 부장·법조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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