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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칸의 여왕' 전도연 "어릴 적 꿈은 현모양처였죠"
2015-06-05 17:44:27 2015-06-05 17:44:27
◇영화 '무뢰한'에 출연한 배우 전도연.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배우 전도연이 새 영화로 돌아왔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무뢰한’에 출연했다. 살인범의 애인 김혜경(전도연)과 형사 정재곤(김남길)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 2007년 '밀양'으로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을 얻었던 전도연은 이번에도 칸에 초대 받았다. '무뢰한'은 지난달 24일 막을 내린 제68회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됐고, 전도연은 칸에서 열린 레드카펫과 공식 상영 행사에 참석했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칸의 여왕'을 만났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한 미모를 간직하고 있는 전도연은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2007년에 '밀양', 2010년에 '하녀'로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했고,지난해에는 심사위원 자격으로 칸에 갔다. 이번이 네 번째 칸 방문이었는데 어땠나. 
 
▲다들 내가 칸에 몇 번 가봤기 때문에 영화제에 대해서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주목할 만한 시선'으로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선이나 레드카펫 행사 진행 등에 대해 잘 몰라서 굉장히 당황스럽더라.
 
-현지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그동안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끝난 뒤 기립 박수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화 상영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우루루 나가버리더라. 그래도 기본적으로 예의는 지켜주는 영화제인데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상영이 밤 12시가 다 돼서 끝났고, 시간이 많이 늦어서 그런 거라고 하더라. 다음날은 기사도 호의적으로 나오고, 외신 기자들도 좋은 얘기를 해줘서 오해를 풀었다.
 
-레드카펫 행사 때 눈물을 보였다고 들었다. 감정이 북받쳤나.
 
▲사실 그날 바람이 최고로 많이 불었다. 그래서 레드카펫을 밟을 때 눈에 뭐가 들어가서 눈을 훔치면서 걸었다(웃음). 피곤하기도 했고, 그래서 우는 것처럼 보였던 것 같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예전에는 인터뷰 때 부담스러워서 떨쳐내고 싶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감사하다. 그 수식어 덕분에 내가 어떤 작품을 하든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그럴 때면 내가 지금 배우로서 잘 나아가고 있다고 격려를 받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뭘까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무뢰한'의 전도연(왼쪽)과 김남길.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이번에 연기한 김혜경 캐릭터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가진 인물이다. '밀양', '하녀'와 같은 대표작들에서 그랬듯이 표현해내기 어려운 캐릭터를 유독 많이 맡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일부러 그런 캐릭터를 고르는 것은 아니다. 쉬운 영화, 어려운 영화를 생각하면서 고르기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 별로 없다. 어려운 감정을 연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캐릭터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기 때문에 그와 같은 캐릭터를 맡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사실 캐릭터보다 영화가 좋았다. 지금까지 무거운 느낌의 작품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또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뢰한' 속의 멜로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것은 김혜경이라는 인물이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만한 무뢰한 같은 여자라는 점이다. 캐릭터가 가진 여자로서의 매력보다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인물이 처해있는 처절하고 절박한 상황에 대해 표현하려 했다.
 
-함께 출연한 김남길과의 호흡은 어땠나.
 
▲재밌었다. 무겁고 어두운 영화인데 현장에서 촬영을 하지 않을 때는 끊임 없이 웃었다. 김남길이 분위기 메이커였다. 정재곤 캐릭터도 김남길이라는 배우 덕분에 잘 표현이 된 것 같다.
 
◇'무뢰한'의 한 장면.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1990년에 연예계에 데뷔했다. 벌써 25년이 됐다. 신인 시절 전도연은 어떤 배우였나.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그냥 그 순간이 좋았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돼야겠다는 목표가 없었다. 친구들보다 돈도 많이 벌고, 잘 놀고, 더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언제든 내가 싫으면 이 일을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만약 그때부터 뭔가 되고 싶어서 치열하게 일을 했다면 지금까지 이 일을 사랑하면서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그동안 조금씩 이 일을 알아가면서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사실 나의 꿈은 배우가 아니었다.
 
-배우가 아니라면 무슨 일을 하고 싶었나.
 
▲내 꿈은 현모양처였다. 결혼해서 예쁜 가정을 꾸리고, 예쁜 아내로서 아이를 키우면서 살고 싶었다. 난 집안일도 좋아한다. 특히 요리를 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내 입에는 내 음식이 맛있다.(웃음)
 
-이제 영화 현장에서 선배보다는 후배가 많은 입장이다. 영화계 선배로서의 책임감은 없는지.
 
▲선배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지는 않는다. 다만 전도연처럼 되고 싶다는 후배들이 있다면 내가 일에 임하는 자세가 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훌륭한 사람은 아니지만, 열심히 한다.
 
-배우 전도연은 왜 연기를 하나.
 
▲하고 싶은 욕심이 많으니까 한다. 앞으로 해야할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연기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이상 볼 게 없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는 것이 행복한가.
 
▲나는 현장에서 연기할 때가 제일 좋다. 굉장히 자유롭고 행복하다. 그런 것을 느끼니까 일이 재밌어지고 신이 나는 것 같다. 또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것도 좋다. 의견 대립이 있을 수도 있지만, 70~80명의 스태프들이 의견 차이를 좁혀가면서 한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 경이롭고 신기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작업이 즐겁다.
 
◇전도연(왼쪽)과 김남길이 '무뢰한'에서 호흡을 맞췄다.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촬영 현장에서 배우로서 지키는 원칙이 있다면.
 
▲나를 영화 속 상황에 빠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감정적으로 힘든 표현이 있더라도 나를 그 상황에 가둬놓지 않으려고 한다. 편하게 있다가 촬영에 들어갔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즐기는 편이다. 슬픈 내용을 촬영한다고 해서 하루 종일 슬퍼하거나 영화 찍는 내내 그 감정에 빠져 있지는 않는다. 내가 내 감정에 너무 빠지면 내가 연기하는 인물을 놓칠 것 같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 꾸준히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TV 출연이나 예능에는 욕심이 없나.
 
▲예능은 하면 잘할 것 같다. 내가 최선을 다하면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요리 프로그램도 잘할 것 같고, 여자 연예인들이 군대에 가는 프로그램도 완전 잘할 것 같다. 내가 승부욕이 장난이 아니다.(웃음)
 
-드라마는 안 하나.
 
▲하고 싶다.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안 들어온다(웃음). 사실 한두 번 들어오기는 했는데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는 내가 너무 힘들더라. 체력적으로 더 힘들기 전에 해야할텐데 즐겁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하고 싶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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