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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도연이라면 가능하다'는 말이 부담"
2013-12-11 14:16:42 2013-12-11 14:20:33
◇전도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밀양'을 통해 칸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배우 전도연에게는 국내 최고의 여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 외에도 '칸의 여왕', '연기 천재' 등 그를 따라다니는 화려한 수식어가 많다.
 
늘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처음 보는 느낌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밀양', '너는 내 운명', '멋진 하루' 모두 전도연이지만 다른 전도연이었다.
 
◇전도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얼마나 더 연기를 잘해야 될까요"
 
지난 2011년 '카운트 다운' 이후로 2년 만에 '집으로 가는 길'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전도연이 아닌 송정연으로 몰입돼 있었다. 그의 눈물이 연기가 아니라 실제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드는 관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자 다시 한 번 '최고의 여배우'라는 찬사가 그를 따라다닌다. 이젠 익숙하지 않냐고 하니 "익숙한데 계속 들어도 좋은 말"이라며 가볍게 웃는 전도연을 지난 10일 만났다.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정말 좋은데 지금 '협녀'를 찍고 있잖아요. 이번보다 얼마나 더 연기를 잘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그의 발언에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의 전도연의 연기는 다른 사람 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흠 잡을 데 없었나 보다.
 
이번 작품에서 전도연이 맡은 역할은 400만원에 보석 운반을 하려다 프랑스 공항에서 마약운반범으로 검거돼 남편과 딸과 생이별하고 756일간 타지에서 외롭게 지낸 송정연을 연기했다.
 
2년 동안 전혀 소통이 안 되는 곳에서 남편과 딸이라는 희망을 붙들고 힘겹게 견뎌내는 인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췌해지고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대사도 많지 않았다. 그저 표정과 몸짓으로 그 고역을 그려내야만 했다. 누가 봐도 '고생'이 느껴지는 촬영이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2년이라는 시간 경과를 놓치지 않고 표현해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2년 전과 2년이 지난 뒤의 정연이 어떻게 변화해야 되고, 이 변화를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질문이 어려웠어요."
 
"온전히 정연만의 이야기였다면 어떻게 생활하고 무엇이 힘들고가 보여질텐데, 마치 에피소드처럼 그려졌잖아요. 정연이 힘들어하는 과정이 중간 중간 조금씩 나오는데 시간은 경과하고 있는 거잖아요. 시간을 놓치고 갈까봐 걱정했어요. 만약 한국에서 촬영했다면 좀 나았을텐데, 마르티니크잖아요. 시간이나 장소 제약이 커서 여유롭지 못했어요. 그래서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죠."
 
전도연은 앞선 언론시사회에서 명장면으로 법정신을 꼽았다. 모두가 그를 외면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장면이다. 떠듬떠듬 그동안 속안에 묻었던 말을 꺼내는 정연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전 정연이 2년 동안 더 성장했을 거라 생각했어요. 마음에 굳은 살도 베기고 단단해진 정연이죠. 계속 무시당하고 소통을 거부당할 때 속으로 수 천번 되낸 말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겨우 그 순간이 왔고,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말했을 거 같았어요. 정말 많이 떨렸어요. 외국인 연기자들도 내 말과 연기에 너무 집중하고 있어서 긴장도 더 됐고요. 그게 더 정연스러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도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관객이나 평단보다는 현장에서 부담이 커"
 
배우 전도연은 피겨스케이터 김연아와 닮은 면이 꽤 많다. 각 분야에서 최고라는 상징이 그 이유다. 세계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과 올림픽을 포함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에게는 어떤 목표가 있을까. 새롭게 일을 할 때 어디서 동력을 얻을까.
 
"김연아와 닮았다니.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신체는 한계가 있는데 감정은 한계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보다는 김연아 선수가 더 극복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전도연이 연기하는 게 뭐가 달라요. 캐릭터에 따라 다른 거지. 김연아는 몸으로 표현해야 하니까 더 힘들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전도연은 배우로서 어떤 점이 힘들까. 분명 과거보다는 자신의 이름값에 대한 책임감이 커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관객이나 평단의 평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현장에서의 부담감이 커졌어요. 어느 순간 현장에서 '전도연이니까 가능해'라는 말이 들렸어요. 그러면 몸을 사릴 수가 없어요. 맨땅에다가도 몸을 던져야돼. 현장 스태프들이 젊어졌어요. 어릴 적 나를 보고 영화의 꿈을 키운 사람들이 지금 나와 작업을 하고 있는 거죠. 그 똘망똘망한 눈빛에서 나오는 시선이 부담스러워요."
 
"관객에게는 더 좋은 모습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보여드린다면 좋아해주실 거라 생각해요. 작품의 연기력은 비교가 안 되는 거니까. 또 다른 작품을 진심으로 담아서 그 캐릭터를 소화한다면 또 다른 전도연으로 나를 좋아해주지 않을까요."
 
누가 그랬다. "전도연이 밉다"고. 이렇게 완벽한 연기를 펼치는 그가 자주 보이지 않아서 '밉다'고 했다. 왜 그말을 했는지 충분히 공감이 된다. 전도연이 더이상 그 누군가에게 작품에 나오지 않아 밉다는 말을 듣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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