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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전도연-'변호인' 송강호, 명연기의 맞대결
2013-12-06 15:59:57 2013-12-06 16:03:35
◇송강호-전도연 ⓒNEW1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그 분(송강호)은 그래도 몇 편씩 작품을 찍어오셨던 분이고, 나는 2년 만에 촬영한 건데. 맞대결은 꼭 피하고 싶었는데."
 
이는 지난 4일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송강호의 '변호인'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한 전도연의 대답이다.
 
이에 대해 송강호 역시 "'집으로 가는 길'에 대한 평이 좋다. 경쟁보다는 응원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낸 한국 대표 배우 송강호와 전도연이 8일 간격으로 맞붙게 됐다. 앞서 두 사람은 영화 '밀양'에서 인연을 맺기도 했다.
  
두 작품은 평단의 호평도 자자하다. '관상' 이후 침체된 한국영화 시장에 큰 활기를 불어올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8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처럼 '쌍끌이 흥행'을 예상하는 이도 적지 않다.
 
또한 전도연의 '집으로 가는 길'이나 송강호의 '변호인' 모두 실존인물과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두 영화 모두 고발과 다큐의 형상이 작품 내에 존재한다.
 
그만큼 두 사람의 맞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누가 이길까?
 
◇전도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집으로 가는 길'에서 유난히 빛난 전도연
 
지난 2011년 '카운트 다운' 이후 소식이 없던 전도연이 택한 작품은 '집으로 가는 길'이다.
 
이 영화는 지난 2004년 보석 운반인 줄 알고 프랑스로 떠났다가 공항에서 마약운반범으로 검거돼 756일 동안 대서양의 외딴 섬 마르티니크 감옥에서 보낸 장미정씨의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다.
 
극중 전도연은 장미정이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것이 드러난다. 꾸미지 않은 얼굴과 비주얼은 물론이고, 손과 발도 여배우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부르텄다. 앞 이마를 더 드러내면서, 탈모가 진행되는 여성처럼 보이려고도 했다.
 
극중 송정연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집에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지는 인물이다. 남편과 딸과 생이별하고 외딴 타지에서 2년 간 홀로 지내는 여성이다. 내면의 고통이 고스란히 표출된다. 보기 안타깝고 눈시울이 적셔진다.
 
언론사의 도움으로 힘겹게 남편 종배(고수 분)를 만났을 때 우는 장면이나 딸의 영상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 마지막 한국에 돌아와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의 전도연은 연기가 아닌 실제인물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를 본 취재진 사이에서 "괜히 칸의 여왕'이 아니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4번째 본 건데 또 울었다"는 홍보팀 관계자의 말이 과장이 아닐만한 연기였다. 
 
전도연은 "나는 정말 진짜 송정연이 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영화같지 않고 현실적으로 와닿을까 하는 부분들을 좀 더 신경썼다"고 말했다. 
 
◇송강호 (사진제공=NEW)
 
'변호인'에서 진심이 묻어난 송강호
 
올해 송강호는 엄청난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관객동원 2000만 배우라는 것이다. 앞서 '설국열차'와 '관상'이 900만 이상을 동원해 현재 스코어만 대략 1800만이다.
 
'변호인'도 평가가 좋다. 2000만은 어렵지 않은 기록이 될 것이며, 힘을 받는다면 송강호는 올 한 해에만 3000만 관객을 동원한 배우가 될 수도 있다.
 
'변호인'은 1981년 6월 부산에서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이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연행돼 불법으로 감금 및 고문을 당한뒤 실형을 받은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극중 송강호가 맡은 송우석 역은 당시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근거로 탄생시킨 캐릭터다.
 
송강호는 "어떤 정치적인 해석이 두려웠던 것이 아니라, 그분(노무현)의 치열했던 삶을 내가 표현할 수 있을까를 우려해 이 작품을 거절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를 보고나면 송강호의 발언이 납득이 된다. 그만큼 송강호는 송우석을 치열하게, 강렬하게 진심을 담아 그려냈다. 그의 대사 하나 하나의 가슴이 뜨거워지고,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기술적으로도 뛰어나다. 송강호는 3분 롱테이크 공판 장면을 완벽히 수행한다. 그 장면을 보다가 "잠깐 이거 몇 분짜리 장면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 3분을 감정과 발성 등에서 전혀 흔들림이 없이 표현한다.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시도하기 힘들었을 법한 장면이다.
 
영화 관계자나 취재진 사이에서 '송강호의 역대급 연기'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SF, 사극, 시대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완벽히 인물을 표현하는 그의 연기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전도연이 보여준 연기나 송강호가 보여준 연기 모두 어떤 수식어로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뚜껑을 열면 결국 '티켓파워'에서는 승자가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제쳐두더라도 두 사람에게 쏟아지는 찬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지 않을까. 12월 국내 관객들은 누가 뭐라 해도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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