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원진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에 힘입어 1분기 철근 수출이 급증했으나 내수 시장은 역대 최저 수준의 침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막대한 물량 격차 탓에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쪼그라든 내수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면서 철강업계의 전체 생산량은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학잠동 자이애서턴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 놓여있는 철근 구조물.(사진=뉴시스)
18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철근 수출은 28만톤으로 전년 동기 2만톤 대비 14배 늘었습니다. 대미 수출 확대 결과로 현지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건설용 철강재 수요 확대가 원인입니다. 미국이 수입 철강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 중임에도 현지 철근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하며 국산 철근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현대제철(004020)은 지난달 24일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대미 철근 수출이 전 분기 대비 286%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출 폭증에도 국내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철근 내수 판매는 144만톤에 그치며 최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부피가 크고 물류비가 비싼 철근 특성상 수출이 14배 늘었지만 물량은 20여만톤에 불과한 반면, 내수 판매량은 줄었어도 100만톤 이상의 규모입니다. 이례적인 수출 호조에도 내수 시장의 타격을 상쇄하기는 불가능한 구조인 것입니다.
내수 한파가 짙어지자 국내 철강업계는 야간 조업 중단 등 선제적인 감산 체제에 돌입하며 생산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전체 판매에서 80~90% 비중을 차지하는 내수 부진에 인위적인 감산 기조가 겹치며 1분기 전체 생산량은 172만톤에 머물렀습니다. 통계 집계 이후 지난해 1분기 160만톤에 이어 두 번째로 200만톤을 밑돈 수치로 10년전과 비교하면 3분의 1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사상 처음으로 “올해 연간 철근 수요가 592만톤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년 대비 10%가량 감소한 수치로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 연간 생산량 702만톤보다 16%가량 적은 기록입니다.
철근업계는 부진한 내수 시장 대안으로 수출 물량 확대를 중심으로 판매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방침입니다. AI 데이터센터와 원전 등 비주택 인프라 부문의 해외 수요 증가에 맞춰 수출 비중을 높일 계획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근 판매에서 내수와 수출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업계도 수출 확대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도 “전체 생산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국내 건설 경기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원진 기자 blue45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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