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전연주 기자] 군경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가 북한에 무인기를 날린 혐의로 오모(30대)씨를 수사하면서 '맛집 동아리' 회원들의 통신정보를 조회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일반이적죄가 적용된 안보 수사라는 점에선 피의자의 인맥을 확인하는 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순 없지만, 사건과 무관한 사적 친목 모임 구성원들이 본인도 모르는 새 통신조회 대상이 된 건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북한에 무인기를 날려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무인기 제작업체 사내이사 오모씨가 지난 2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맛집 동아리 회원까지 통신조회…"문자 받고서야 알아"
1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가 다녔던 서울 모 대학원 내 맛집 동아리의 회원들은 최근 각자의 통신사로부터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사실 통지'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통지문에는 △조회기관 '경찰청' △제공받은 자 '안보수사2대' △조회 사용목적 '수사' △제공받은 일자 '2026년 1월19일' △조회 주요내용 '가입정보(성명, 전화번호 등)' 등이 기재됐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의2(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을 받은 사실의 통지)에 따른 사후 통지 절차였습니다.
해당 동아리는 서울의 주요 식당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자는 취지의 모임으로, 회원은 20명 남짓입니다. 이들은 통신사 메시지를 받고서야 자신들의 가입자정보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군경 TF 출범 직후 오씨 지인들 대상으로 일괄 통신조회
이들이 통신조회 대상이 된 시점은 군경 TF가 출범한 지 일주일 뒤입니다. 군경 TF는 지난 1월1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을 팀장으로 해 군경 30여명 규모로 출범했습니다. 나흘 뒤인 16일 오씨는 <채널A> 인터뷰에서 자신이 북한에 무인기를 띄운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19일에 오씨와 가까운 지인들 정보가 일괄적으로 조회된 겁니다.
군경 TF에 따르면 오씨, 무인기 제작업체 대표 장모씨, 대북전담 이사 김모씨 등 3명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강화도에서 무인기를 날렸습니다. 북한 개성시·평산군을 경유해 파주로 돌아오는 경로였습니다. 군경 TF는 이들이 무인기가 남북 방공망에 탐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홍보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오씨는 보수청년 단체 대표를 지냈고 윤석열씨와 악수한 사진을 내세운 점 등도 논란이 됐습니다. 결국 3월25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윤수정)는 그를 일반이적·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다만 그는 지난 6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선 혐의를 전면 부인한 상태입니다.
통신이용자정보조회 제도…반복되는 '묻지마 사찰 논란'
통신조회라고 불리는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는 전기통신사업법 83조(통신비밀의 보호) 3항에 근거한 임의수사로, 수사기관이 통신사로부터 가입자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을 제공받는 방식입니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가입자정보 조회를 활용합니다.
다만 통신조회는 그간 '묻지마 사찰'이 비판이 반복됐습니다. 2021년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국민의힘 의원 등을 정보를 조회해 파문이 커졌고, 2024년엔 검찰이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수사하면서 언론인·정치인 등 3000여명의 가입자정보를 무더기로 조회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헌법재판소도 2022년 7월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대해 사후 통지 절차 미비를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시민들은 자신의 통신정보가 조회됐음에도 '수사기관이 조회했다'는 사실만 통보받을 뿐입니다. 어떤 사건과 관련해 왜 조회 대상이 됐는지 등을 일일이 알아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안보 수사라는 명분 아래 사적 친목 모임까지 일괄 조회 대상에 포함되는 구조라면, 피조회자가 사후에 자신의 권리 침해 여부를 다투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셈"이라며 "통신조회 제도가 안고 있는 사각지대가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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