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와 물류 협력사가 연이어 파업에 돌입하면서 완성차 생산 라인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부품 공급과 운송이 동시에 막히는 ‘이중고’가 현실화되면서 현대차와 기아가 공장 셧다운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위아 자회사 모비언트의 운송협력사 소속 화물 노동자들이 운송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모비언트 직서열 차량 전체에 대한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현대차·기아는 재고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부품을 생산 시점에 맞춰 조립 라인에 바로 투입하는 ‘직서열(JIT·Just In Time)’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이번 파업이 완성차 공장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직서열 방식은 부품을 미리 쌓아두지 않고 완성차 생산 계획에 따라 정해진 순서와 시간에 맞춰 부품이 공급되는 구조입니다.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재고와 보관 비용을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공급망 어느 한 곳이라도 멈추면 완성차 조립 라인 전체가 연쇄적으로 중단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부품 하나가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해당 라인 전체의 컨베이어벨트가 멈추는 것입니다. 부품 제조 공장이 정상 가동되더라도 이를 나르는 운송 차량이 멈추면 완성차 조립 라인이 도미노처럼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모비언트 운송 파업이 현대차·기아의 공장 가동률에 미치는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부품 협력사 파업 때마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 오토랜드 광주 등 주요 완성차 생산기지에서 하루 수천 대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반복적으로 발생해왔습니다.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램프 사업부 매각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또한 부품 공급망에서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의 램프 제조 자회사 현대IHL 노조(금속노조 현대IHL지회)는 사측이 제시한 위로금 조건 등에 반발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월 프랑스 부품업체 OP모빌리티와 램프 사업부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OP모빌리티는 최고경영자(CEO) 서신을 통해 노조 측에 사업 범위와 인원, 조직을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밝혔지만, 노조의 집단행동을 멈추지는 못했습니다.
현대IHL 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 상태로, 원청인 현대모비스가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 13일에는 현대IHL 노조원 700여 명이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매각 중단을 촉구했으며, 일부 간부는 삭발 투쟁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다만, 같은 램프 자회사인 유니투스 노사는 고용 안정과 위로금 지급안에 합의하고 파업을 철회했습니다. 합의안에는 2021~2025년 5개년치 성과급 성격의 공헌 위로금과 5000만원 규모의 뉴스타트 격려금을 매각 전직 시점에 일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임금 체계와 근로조건, 복지제도도 현 수준을 유지하는 ‘수평이동’ 원칙을 명시했습니다. 유니투스의 파업 철회로 해당 공장은 생산에 복귀했으나 현대IHL 노조가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공급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노무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관리 체계를 강화해오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정책개발담당에 최준영 사장을 보임하며 노무 담당 컨트롤타워를 격상시킨 바 있으며, 현대모비스도 정상빈 부사장 중심의 노사정책담당 조직이 물밑에서 상황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에 시행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이후 확대되는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와 파업 위험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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