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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거북이 ‘다시 한 번’의 기적
차가운 기술에 휴머니즘 덧씌우다
2020-12-10 11:25:59 2020-12-10 11:25:59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시간이 흐른다 한들 먼저 하늘로 보낸 이에 대한 그리움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게 가족이든, 친한 지인이든, 혹은 그때 그 시절 내가 열광했던 연예인이든 한 번 만이라도 다시 봤으면 하는 바람이 가슴 깊이 사무치기도 한다. 하늘의 별이 된 이를 다시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 허나, 발달된 기술력이 때로는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
 
올해 초 MBC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MBC 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너를 만났다는 휴먼다큐멘터리에 VR(가상현실)을 접목한 프로젝트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VR로 구현해 가장 따뜻한 기억의 순간을 소환하는 프로젝트다. 너를 만나다는 단순히 추억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VR 기술을 통해 새로운 추억을 심어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너를 만났다 사진/MBC
 
Mnet 역시 ‘AI 프로젝트 다시 한 번으로 기적을 만들었다.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거북이의 명곡 비행기’. ‘빙고’ ‘비행기’ ‘왜 이래등 다수의 히트곡을 탄생시키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터틀맨은 2008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로 인해 거북이는 데뷔 7년 만에 해체를 했다. ‘다시 한 번은 터틀맨의 생전 목소리 기록을 토대로 ‘AI 음성 복원을 시도 했다. 또한 페이스 에디팅 기술을 추가했다. 그 덕분에 12년 만에 완전체 거북이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OST인 가호의 시작으로 꾸며진 무대는 터틀맨의 생전 모습, 그리고 그의 음성이 완벽하게 복원돼 벅찬 감동을 줬다. 뒤늦게 터틀맨의 모습을 확인한 지이, 금비는 노래를 부르던 중 놀란 표정을 지었다. 터틀맨의 어머니와 형 역시도 감격에 눈물을 쏟았다.
 
MBCMnet이 진행한 두 프로젝트는 기술적 측면에서 많이 다르다. ‘너를 만났다VR을 통해 만져보고 대화를 나누는 교감의 형식이라면 다시 한 번은 고인의 목소리를 복원해 새로운 음악에 고인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고인의 모습을 무대에 소환하는 방식이다. 고인을 다시 만나는 방식의 차이가 있지만 두 프로젝트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위로.
 
너를 만났다에 출연한 나연이 엄마는 너무 갑작스럽게 딸 나연이를 떠나 보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나연이 엄마는 딸에게 해주지 못한 말이 가슴에 한으로 남았다. 너를 만났다제작진은 많은 인터뷰를 통해 아이의 행동, 장난감, 공간 등을 구현해 친근함을 통해 좋은 기억이 되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나연이 엄마는 VR을 통해 나연이를 만난 뒤 자신의 딸과 많이 다르지만 언뜻 나연이를 떠올리는 행동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나연이 엄마는 VR을 통해 나연이를 만나고 너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나연이에게 해주지 못해 한으로 남았던 일들을 할 수 있었다. VR을 마친 뒤 나연이 엄마는좋았다고 이야기를 하며 한결 편안해진 얼굴을 했다.
 
지이는 터틀맨이 세상을 떠난 뒤 그 충격으로 본인의 노래를 전혀 부르지 못했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지이는 터틀맨의 이야기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릴 정도. 그런 지이는 다시 한 번을 통해 다시 자신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 공연을 마친 뒤 지이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거북이 노래를 부르지 않고 살았다. 목소리가 안 나와서 노래 연습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연습해서 부르기까지 오빠가 함께 해준다는 생각 때문에 할 수 있었다. 오빠 목소리 들려줘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터틀맨의 형 역시 동생이 떠난 뒤 한 번만이라도 다시 만나는 게 소원이었다고 했다. 또한 터틀맨 생전에 그의 무대를 직접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터틀맨의 형은 울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지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생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무대로 뛰어오를 뻔했다. 팬들을 보니 동생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아들을 다시 보는 것 같아 어떤 말도 못 하겠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발전하는 것이 기술이다. 하지만 그 기술에 감성을 덧씌우니 기적이 됐다. 떠나 보낸 뒤 마음 깊이 남은 미련을 한 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그리운 이들을 만나 해소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기적. 어떤 기술이든 쓰는 방식에 따라 선이 되기도 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두 프로젝트는 그릇에 따뜻한 국을 담으면 그릇도 훈훈해지는 것마냥 차가운 기술이라도 휴머니즘을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음을 알게 해줬다.
 
‘AI 프로젝트 다시 한 번’ 터틀맨. 사진/Mnet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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