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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버든’ 혐오와 차별 만연한 시대, 세상 변화시키는 진정한 힘
사람의 인생마저 변화시키는 위대한 사랑의 힘
2020-11-21 00:00:00 2020-11-21 00:00: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사람이 바뀌기 쉽지 않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그만큼 자신의 가치관, 행동, 습관을 고치거나 바꾸는 일이 어렵다. 더구나 자신의 가치관, 행동이 이미 내면에 깊게 뿌리 박힌 성인이 변화하는 일이 그리 흔치 않다. 그렇기에 한 사람이 변화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는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 마련이다. ‘버든: 세상을 바꾸는 힘은 버든이라는 남자가 달라지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뼛속까지 인종차별주의자인 마이크 버든(가렛 헤드룬드 분)KKK단에서 활동하는 톰 그리핀(톰 윌킨슨 분)을 아버지처럼 여긴다. 버든은 대여료가 밀린 집에 가전제품을 회수하러 갔다가 아들 프랭클린과 사는 주디(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분)를 만나 첫 눈에 반한다. 주디의 아들이 자동차 경주대회를 좋아한다는 말에 버든은 주디와 그의 아들을 자동차 경주대회에 초대한다.
 
레버런드 케네디(포레스트 휘태커 분)은 침례교회 목사로 인종차별을 하는 백인들에게 맞선다. 폭력으로 맞서는 흑인들에게 원수를 사랑하라는 설교를 하면서 비폭력으로 맞선다. 톰이 오래된 극장을 개조해 KKK단 박물관을 만들자 비폭력 시위를 주도한다. 그런 가운데 톰은 박물관 명의를 KKK단을 위해 노력하는 버든에게 준다. 버든은 이를 계기로 주디와 그의 아들을 책임지려고 한다. 하지만 인종 차별을 혐오하는 주디와 갈등을 겪는다.
 
버든은 프랭클린과 그의 친구인 흑인 클라렌스 브룩스(어셔 분)의 아들 두에인과 함께 낚시를 갔다가 흑인에 대한 편견에 벗어난다. 더구나 톰이 프랭클린에게 칼을 쥐여 주고는 흑인을 죽이라는 교육을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주디는 자신과 KKK단 중 선택을 하라고 선언한다. 결국 버든은 KKK단에서 탈퇴를 하고 이로 인해 궁지에 몰리게 된다.
 
버든: 세상을 바꾸는 힘. 사진/조이앤시네마
 
버든이라는 인물을 보다 보면 부모의 역할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버든은 주디와 갈등하던 중 숲 속에서 다가온 사슴에게 돌을 던져 쫓는다. 주디는 애꿎은 사슴에게 화풀이를 한다고 타박을 한다. 그러자 버든은 어린 시절 아빠와 사냥을 갔다가 만난 사슴에게 마음을 빼앗겼지만 자신에게 다가온 사슴을 아빠가 잔인하게 총으로 쏴 죽이는 바람에 충격을 받았다. 더구나 눈물을 흘리는 버든에게 그의 아빠는 겁쟁이라고 놀리기까지 했다. 이러한 트라우마에 버든은 사슴이 자신에게 다가오면 긴장이 풀려 결국 죽게 될 것이라고 주디에게 고백을 한다. 순수하고 예민한 감성의 버든은 그의 아빠에게 폭력적이고 잔혹한 면이 남자라는 강요를 받은 셈이다. 이러한 정신적 학대가 결국 버든이라는 인물을 비틀어지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버든은 톰의 개로서 살아가면서 흑인에 대한 알 수 없는 증오를 키워간다. 프랭클린의 친구 두에인의 부모인 브룩스는 버든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어린 시절 함께 학교를 다녔던 추억을 언급한다. 하지만 버든이 KKK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시 예전의 친구 사이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씁쓸해 한다. 버든과 브룩스의 만남을 통해 인종차별이라는 것이 결국 학습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장면이다. 과거 브룩스와 아무런 차별 없이 지냈던 버든은 톰을 만나 KKK단에서 가장 악랄한 인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 사회에 수많은 혐오, 차별이 결국 누군가의 의해 만들어지고 주입된 것이 아닐지. 그렇기에 사회 속에 뿌리 내린 혐오, 차별이 어디서부터 오게 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버든: 세상을 바꾸는 힘. 사진/조이앤시네마
 
영화의 부제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버든이라는 인물이 변화하는 과정에는 두 인물이 큰 영향을 끼친다. 버든이 사랑하게 된 주디와 케네디라는 인물이다. 케네디는 설교를 통해서, 그리고 비폭력 시위를 통해서 사랑을 인종차별주의자를 변화 시키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케네디 역시 자신의 삼촌이 KKK단의 손에 죽임을 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궁지에 몰린 버든에게 손을 내밀면서도 자신이 취업을 알선해줬음에도 깜둥이라는 단어를 뱉는 바람에 해고된 사실에 분노를 한다. 케네디는 아들에게 자신도 인간적으로 버든을 내쫓고 싶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간 자신이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그들을 감싸주자고 했던 만큼 버든을 내쫓아 버리면 더 이상 설교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눈물을 흘린다.
 
케네디를 통해 혐오와 차별에 어떤 식으로 맞서야 할지를 돌이켜 보게 한다. 특히 우리 사회는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가 맞서는 등 혐오에 혐오로 맞서고 차별에 차별로 대응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결국 혐오와 차별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영화는 케네디라는 인물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관객에게 전하고 있다. 그리곤 영화의 부제처럼 세상을 바꾸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주디의 사랑, 그리고 케네디의 헌신이 버든이라는 인물을 변화시킨다. 버든은 케네디에게 세례를 받고 모두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그리고 톰의 개로 살아온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영화는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러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영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점. 25일 개봉.
 
버든: 세상을 바꾸는 힘. 사진/조이앤시네마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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