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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최순실 이후 '대한민국' 고민할 때
2016-11-08 14:11:06 2016-11-08 14:11:06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일명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온 나라가 마비상태다. 최순실씨가 어디까지 국정에 개입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힘든 상태다. 하루가 멀다는 듯 쏟아지는 의혹에 국민들은 이미 집단 분노 상태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검찰의 수사가 이런 국민들의 분노를 깨끗하게 씻겨줄지도 의문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팔짱 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진 한 장이 공개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먼지보다 가벼워졌다.
 
국민들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거둔 상태다. 지난 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5%로 폭락했다. 대통령 지지율 조사 역사상 최저치다. 주말마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오는 12일에 열리는 집회는 박 대통령의 거취를 결정하게 만드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은 8일 국회를 찾아 의장을 만나고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여야에 총리 추천을 제의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큰 책무라고 생각해 이렇게 의장을 만나러 왔다”며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준다면 총리로 임명해서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조사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총리 추천 제의로 이번 사태가 어떤 국면을 맞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할 문제다. 2선 퇴진까지 밝히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와 탄핵에 대한 움직임이 구체화 될 수도 있고, 이 정도에서 사태를 수습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현 상태에서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여부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이후의 대한민국을 우리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가.
 
도심 집회에서 터져 나오는 요구는 대부분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아직 구체적이지 못한 모습이다. 대한민국은 최순실 게이트 이전부터 여러 분야에서 많은 문제를 갖고 있던 사회다. 최순실 게이트를 해결하고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 당하면 지금과는 전혀 새롭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자연스럽게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다.
 
이제는 최순실 사태 이후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대변되는 ‘87년 체제’ 등을 포함해 대한민국의 변화를 위한 모든 분야에서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었지만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최순실 사태가 이러한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금수저, 흙수저’ 등 자조적인 한탄으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이번 사태를 경험하고도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청와대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제2, 제3의 최순실이 또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최용민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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