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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임종룡 금융위원장 영전, 씁쓸하다
2016-11-02 17:44:42 2016-11-02 17:44:42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청와대의 기습적인 개각 발표에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내정된 것이다. 청와대는 "금융공공분야 구조개혁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현재 추진 중인 경제개혁을 마무리하는데 적임자라고 판단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이나 관가에서는 임 내정자가 금융위원장으로 올 때부터 더 높은 자리로 갈 줄 알았다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 경제부총리로 가야 하냐는 것에 대해 수긍하는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임 내정자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금융개혁들이 아직 설 익채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추진해온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은 공기업을 제외하고 실적이 전무한 실정이다. 금융공기업들은 당국 압박에 못 이겨 노조와의 합의없이 이사회 의결로 추진했다가 송사에 휘말린 상태다. 민간 은행에 대해선 임 내정자가 이사회 의결을 통한 시중은행들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문했지만 은행들의 반응은 차갑다.
 
다음달 출범하는 인터넷은행은 '짝퉁 은행'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인터넷은행의 핵심인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는 국회 설득이 관건인데, 금융위원장 후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이냐 은행법 개정안이냐 방향이 잡지 못한채 표류중이다.
 
금융당국의 2년전 약속인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관행 철폐'는 깨진지 오래 됐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각 금융업 협회 회장에 민간 경력의 전문경영인을 앉혔지만 최근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전무 자리에 금융위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속속 내려가고 있다.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영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오늘, 금융위원회의 분위기는 밝았다. 애초 정해진 정책브리핑 시간을 미루면서 임 내정자의 소감 발표가 있기도 했다. 금융개혁을 추진해온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가기 때문에 정책의 연속성이 기대된다는 말도 들린다. 시장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금융정책이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 관치금융이 더 강화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금융권 반응과 대비되는 듯 해 씁쓸하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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