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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법조인 이전의 인간의 윤리를 찾아서
2016-09-05 06:00:00 2016-09-05 06:00:00
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 법조비리다. 변호사, 검사장에 이어 부장판사까지 법조비리로 구속되었다. 정운호라는 기업인에서 시작된 법조비리에 변호사, 검사, 판사까지 모두 연루되었다. 법조비리가 직역에 관계없이 만연되어 있음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임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드러난 것이 이 정도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정운호는 평범하면서도 잘나갔던 기업인 중의 하나다. 홍만표 같은 변호사, 진경준 같은 검사, 김수천 같은 판사 역시 같다. 이들과 비슷한 기업인, 변호사, 검사, 판사가 얼마나 많은가. 물론 대다수의 기업인, 변호사, 검사, 판사는 성실하고 윤리적으로 생활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평범하면서도 잘나가는 많은 기업인, 변호사, 검사, 판사가 법조비리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문직에는 항상 보상과 책임이 따른다.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을 수행함으로써 전문직은 높은 보수, 명예, 권한을 누린다. 그리고 높은 보수, 명예, 권한에 걸맞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전문직에서 보상과 책임은 절대적으로 비례한다. 세습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과는 다르다. 세습을 받은 자는 자신의 능력과 관계없는 직무, 활동을 하고 직무, 활동과 관계없이 보상을 받는다. 세습을 받은 자는 보상과 책임이 비례하지 않는다. 권한과 보상은 많고 책임은 적다. 하지만 전문직은 전문성이 있어야 직무를 수행할 수 있고 직무를 수행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출발점이 전문성이므로 이 전문성에 충실해야 한다.
 
법조인과 의사를 생각해보자. 법률을 모르는 법조인은 생각할 수 없고 의술을 공부하지 않은 의사는 상상할 수 없다. 국가가 엄격하게 자질을 관리하는 것은 전문직은 절대적으로 전문성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법률과 의술이라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직무를 수행할 수 있고 직무를 수행해야 보상이 주어진다. 따라서 법률과 의술 이외의 다른 요소는 직무수행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보상의 기준이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법조인과 의사의 직무 수행에서 순수성이 필요한 것은 이들이 인간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법조인은 사회적 생명을, 의사는 육체적 생명을 다룬다. 법조인은 국가가 사람을 살해하는 사형까지 다루기 때문에 육체적 생명까지 다룬다고 할 수 있다.
 
법조인과 의사가 다루는 사회적 생명과 육체적 생명의 공통점은 첫째, 생명이 하나라는 것이고 둘째, 절대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이다. 생명이 하나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거나 조작을 가해서는 안된다. 잘못되면 그 결과를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명은 절대적으로 평등하다. 대통령이든 재벌이든 노동자든 누구든 법률과 의술 앞에서는 평등하다. 법률과 의술은 누구나 죽음 직전에 마지막으로 의존하거나 거치는 곳이다. 인간의 마지막이기 때문에 얼마나 엄숙한가. 죽음을 두고 종교와 의례가 발전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죽음이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에 종사하는 자에게는 높은 보상이 주어진다.
 
법조인과 의사의 직업윤리의 특수성은 생명의 특수성에서 시작된다. 업무의 순수성이 유지되어야 이들에게 생명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 이외에 다른 요인, 돈이나 권력, 개인적인 욕심이 개입되는 순간 개인은 생명이 위태로워지고 사회는 정의가 위태로워진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전문직에 특별한 직업윤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문직의 직업윤리라고 특별한 것이 있겠는가. 모든 직업윤리는 인간의 윤리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기본 윤리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것,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하는 것이리라. 사람을 만날 때 눈앞에 있는 사람 자체에 집중하면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한다. 돈을 생각하면 사람이 돈으로 보이고 권력을 생각하면 사람이 출세의 도구로 보인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을 때 사람을 차별한다. 가진 자에게는 굽신거리고 없는 자는 업신여긴다. 법조비리의 먼 뿌리는 여기에 있다.
 
법조비리에 대한 당장의 대책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일 것이다. 좀처럼 수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판사와 검사를 수사하는 기관의 창설이 제도상 가장 확실한 개혁방안이다. 최근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부패청산, 법조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근본을 고치려면 윤리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인간의 윤리를. 모든 법조인을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다시 해야 하는 굴욕적인 상황이 되기 전에 법조인 스스로 인간의 윤리를 찾기를 호소한다.
 
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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