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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외풍에 시달리는 창조경제센터
2016-04-14 14:45:50 2016-04-14 14:55:56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4·13 총선을 앞둔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이 '빨간 옷'을 차려입고 충북 청주와 전북 전주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차례로 방문했다. 마침 청주와 전주는 여야 후보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어, 이번 박 대통령의 방문을 놓고 선거개입 논란이 일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뜬금없이 재계 총수들의 광복절 특별사면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에 대한 민간 지원을 당부한다는 취지 아래 삼성, 현대차, SK, LG 등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을 지원한 17개 재벌그룹 총수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정·재계에서는 이날 만남을 두고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부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 등의 특별사면 여부를 점치기도 했다. 사법부의 판단을 앞둔 조석래 효성 회장 일가도 주목을 받았다. 
 
결국 유일하게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최태원 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보은이라도 하듯 첫 대외 행선지로 대전과 세종,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선택하며 창조경제 뒷받침 의지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는 분명한 제스처였다.
 
이쯤 되면 전국에 산재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들이 나올 법하다. 사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비난 섞인 의구심은 이미 출범 전부터 있었다. 정권 치적을 위해 대기업들이 동원된 사례는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찾을 수 있다. 포장에 호들갑을 떤 재벌들도 굳이 이런 속내를 부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싼 현 정권과 재벌들의 밀착에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속이 상하는 것은 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현장 직원들과 센터 지원을 바탕에 둔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이다. 현장에서 마주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을 발굴,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비교적 잘 수행하고 있었지만, 이조차도 정치적 홍보수단으로 이용되는 탓에 역량이 분산되고 있었다. 센터 생명도 정권 임기와 궤를 같이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내면에는 깔려 있었다.
 
한 센터에서 만난 관계자는 "한번은 미래부로부터 '창업 이후 밑바닥까지 내려가 고생고생하다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나 성공한 사례를 찾으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홍보를 위해 '개천에서 용 난' 사례를 찾은 것 같은데, 이는 요즘 스타트업 생태계와 센터의 역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경우"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관계자들 역시 비슷한 경험들을 털어놨다. 창조경제라는 본질은 수단으로 전락했고, 센터는 홍보용, 때로는 면피용 자료를 생산해야만 하는 기지로 전락했다는 푸념들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내세운 염원대로 진정성 있게 그 기능을 수행해 나가기 바란다면, 먼저 구태의연한 정치·경제 논리에서 놓아줘야만 한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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