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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초점 빗나간 '알파고 담론'
2016-03-15 06:00:00 2016-03-15 06:00:00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연일 화제다. ‘바둑의 신으로 불리는 인간 최고수와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공 지능의 경기는 과연 세기의 대결이라고 할 만큼 극적이다. 내리 세 판을 졌던 이 9단이 첫승을 거두자 여기저기서 인류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탄성까지 터져 나왔다. 영화 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한다.

 

기원을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바둑은 바둑철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여겨져 왔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알파고의 인공지능을 점검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렇다.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인류의 인공지능의 발전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한 점검이라는 것이 초점이다. 알파고 프로그램 개발자인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데미스 하사비스도 "우리는 알파고의 한계에 대해 시험해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초점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9단이 패하기 시작하면서 영화 터미테이터에서 보았던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 공포는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 보고서 '우리의 직업을 얼마나 컴퓨터에게 내줄 것인가'가 주목받으면서 더욱 현실에 근접했다. 이 보고서에서 20년 안에 없어질 가능성이 40%로 점쳐진 직군인 법조인들은 스스로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국내 한 언론은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이자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2100년 이전에 현생 인류는 사라지고 인체와 기계가 결합한 새 인류가 나타날 것이라는 그의 예견을 전했다. 오히려 혈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 9단이 나서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다독였지만 암울함은 더 짙어지고 있다.

 

알파고의 선전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개발지원과 그에 대한 윤리적 안전장치, 직역을 잠식당할 국민들에 대한 대비 등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기에 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지배이니, ‘인류의 종말이니 하는 따위의 패배주의적 발상은 옳지 않다. 그것이야 말로 스스로 기계에게 굴복하겠다는 항복 선언이다. 특히 이런 여론몰이를 부추기는 것을 언론은 삼가야 한다. 옥스퍼드 보고서는 20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으로 기자도 지목하고 있다. 이미 국내 몇몇 언론사에서는 로봇이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직업윤리나 책임감 없는 기사가 더 이상 판을 친다면 가장 단명할 직업은 바로 기자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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