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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다시 소극장 정신으로
2016-02-16 08:19:31 2016-02-16 08:20:32
지난해 초 대학로 소극장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대학로 일대의 상업화 바람에 따른 여파로 소극장이 극한의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특히 28년 역사를 자랑하던 대학로극장마저 폐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여론 확산에 불을 지폈다. 연극인들은 상여를 메고 고사를 지내며 죽어가고 있는 소극장에 대한 지원대책을 호소했다. 수많은 연극인들이 대동단결했지만 아쉽게도 거센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극장은 문을 닫았다.
 
문을 닫은 것은 비단 대학로극장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해에만 김동수플레이하우스, 아리랑소극장, 상상아트홀, 일상지하 등이 폐관 수순을 밟았다. 소극장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정부의 대학로 문화지구 지정이었다. 문화지구 지정으로 대학로에 상업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소극장은 갈 곳을 잃었다.
 
대학로의 터줏대감이라 자처하는 소극장은 위기에 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로는 여전히 활기찬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대형 자본의 힘을 업은 대형 공연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앞다퉈 극장을 짓고 있는 주된 주체는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곳들, 즉 대학교와 대기업들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당장은 대형 공연장에서 벌어지는 대형 공연이 좀더 폭넓은 대중 관객을 유치해 공연계의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의 대형화, 상업화가 과연 내실 있는 파이 키우기가 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소극장 운동으로 대변되는 실험 정신이 점차 실종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요즘 대학로에서는 파격과 혁신으로 무장한, 예술성 짙은 연극 한 편 보기가 쉽지 않다. 삶의 정수를 담아내는 '예술'을 경시하고 대중 감성에 편승하는 '콘텐츠'만을 우대하는 최근의 분위기는 결국 얄팍한 소비형 문화만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대학로의 상업화에 맞서 순수기초예술의 보루가 되어야 할 공공극장마저 최근 검열 논란을 빚음에 따라 예술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담은 살아 있는 연극은 갈 곳을 잃은 상태다. 지원제도 맞춤형 공연, 자본 최적화 공연이 아니면 설 무대를 찾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어디 하나 마음 놓고 기댈 곳이 없는 현실 속에서 좌절의 목소리만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연희단거리패가 최근 '세속화에 저항해 연극의 본령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것은 자못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여의치 않은 상황에 밀리다 보니 나온 발언이라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침울한 분위기 속 작지 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원하게 느껴질 때, 손발이 묶인 듯 여겨질 때에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틀대는 예술 특유의 생기가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너무 말랑말랑하게 살지 않았나 반성하게 됐다'는 고백, 관객만 바라보고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가 어쩌면 의기소침해진 대학로 소극장 연극에 새 기운을 불어넣는 출발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
 
김나볏 문화체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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