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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성과주의 도입…금융당국은 예외?
당국 "공무수행 성과 평가 할 수 없다"
금융위-연공서열·금감원-반민반관 논란
2016-01-17 11:07:35 2016-01-17 11:07:35
금융당국이 성과주의 도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금융 공기업에 예산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으나, 금융당국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내부에서 조차 '모피아'(재정경제부+마피아) 출신 인사들이 좋은 보직과 고위 공무원 승진 기회가 보장된 경우가 많은 등 성과와 무관한 인사 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 보수체계에 일종의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방안을 올해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금융당국은 공무수행, 특히 감독 행위를 성과로 평가하기 곤란하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 공기업 대상의 올해 인건비 예산을 평균 2%가량 확대하면서 그중 절반인 1%는 각 공기업의 성과주의 도입 계획을 검토해 집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성과주의 도입 계획을 받아본 뒤 미흡할 경우 인건비 예산을 1%만 증액해주겠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으로 기준을 정하고, 성과주의 달성 여부는 하반기에 점검해 예산을 수시로 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획에 적용되는 금융 공기업은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물론 금감원도 성과주의의 예외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영 인센티브에 예비비를 책정하는 방안(인건비 예산)은 법적 금융 공기업에 대해서 적용된다"며 "금감원은 금융 공기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반민반관 성격의 민간기구라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또한 적용 대상이 아니다. 금감원은 금융위와 다소 다른 이유로 성과주의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금감원은 공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므로 성과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의 기능은 정부와 비슷한 까닭에 일반 공무원과 같이 재취업 제한이 있고 재산공개도 하는 형편이므로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게 곤란하다"며 "금융 기업을 검사·감독하는 행위에 대해 형평성 공익성이 아닌 경영성과나 수익성 지표로 차등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주체들에 성과주의를 도입하게 되면 금융사의 자율과 창의를 중시하는 내용의 금융개혁의 방향과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사전 규제를 완화하고 사후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성이 세워진 상황에서 감독당국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감독횟수나 강도가 강화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인사혁신처가 작년 말 실적 위주의 평가제도로 전환하는 '공무원 성과평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올해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으므로 민간 금융사와 금융 공기업을 다그치기 전에 금융당국의 선제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성과주의 도입만을 금융 공기업의 예산 증액에 반영하는 방안 역시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성과주의만을 예산에 반영한다는 것은 아니고, 금융 공기업의 정책목표 조직관리 등 전반적인 사항을 검토할 방침"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 공기업부터 성과주의를 도입해 이를 민간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공개한 신년사에서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가장 먼저 언급하면서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 논란이 재점화시켰다. 임 위원장은 당시 "금융회사의 인사, 보수, 교육, 평가 전반에서 보신주의, 연공서열에서 탈피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중시하고 조직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4일 열린 금융위원회 시무식에서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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