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규의 피지컬 AI)텀블링하는 로봇들, 손은 아직 정교하지 않다
제8회 / 최홍규 연구위원(EBS)·미디어학 박사
2026-05-21 14:39:09 2026-05-21 14:39:09
최홍규 연구위원(EBS) / 미디어학 박사
 
기대감이 의문으로 바뀌던 순간
 
얼마 전 필자는 칼럼을 통해 달걀을 깨지 않고 집어 드는 로봇 손 연구를 소개했다. 손가락 안에 내장된 촉각 센서가 압력과 미끄러짐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기술이었다. 그때 솔직히 기대가 컸다. 저런 감각 기술이 나왔다면 로봇 손의 문제는 머지않아 풀리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더 찾아봤다. 로봇 손 연구를 다룬 최근 논문 몇 편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문제가 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두 가지 손, 두 가지 한계
 
중국의 가오펑 리(Gaofeng Li) 연구팀이 2025년 7월 발표한 논문「정교하고 구현된 로봇 조작의 발전과 도전(The Developments and Challenges towards Dexterous and Embodied Robotic Manipulation: A Survey)」은 로봇 손의 발전사를 두 갈래로 정리한다. 하나는 단순한 두 손가락 집게(gripper), 다른 하나는 사람 손을 닮은 다지(多指) 손이다. 두 방향 모두 각자의 한계에 부딪혀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리 연구팀의 논문이 정리하듯, 단순한 두 손가락 집게는 접촉점이 너무 적어 물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손 안에서 물체를 돌리거나 도구를 목적에 맞게 다루는 복잡한 조작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다른 연구로 중국의 안 샨(Shan An) 연구팀이 2025년 4월 발표한 논문「모방 학습을 통한 정교한 조작(Dexterous Manipulation through Imitation Learning: A Survey)」은, 다지 손과 모방 학습을 결합하는 연구 흐름 전반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두 손가락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 손을 닮은 다지 손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쪽은 이쪽대로 전혀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손가락이 늘수록 문제도 커진다
 
안 샨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다지 손은 일반적으로 16~24개의 자유도(Degrees of Freedom, 이하 DoF)를 가진다. 각 관절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수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DoF가 높아질수록 AI가 탐색해야 할 동작의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두 논문 모두 강조하듯, 손가락 여러 개가 물체와 동시에 접촉하는 순간 접촉 역학(contact dynamics)이 급격히 복잡해진다. 정리해 보면, 접촉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사실상 전략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할 만큼 제어의 민감도가 높다는 뜻이다.
 
하드웨어 구조도 문제다. 손가락 관절마다 모터를 넣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많은 로봇 손이 모터를 팔뚝에 두고 가느다란 케이블로 손가락을 당기는 힘줄 구동(tendon-driven) 방식을 채택한다. 안 샨 연구팀의 논문은 이 방식이 인간 해부학을 모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복 사용 과정에서 케이블이 늘어나거나 마모되면서 정밀도가 흔들리고 내구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두 논문을 함께 읽으면, 소프트웨어의 난제와 힘줄 구동 같은 하드웨어 취약성이 겹치면서 다지 손 연구 대부분이 아직 실험실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준다.
 
손이 막히면 피지컬 AI 전체가 느려진다
 
이 사실은 로봇 손 하나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피지컬 AI가 약속하는 미래는 로봇이 일상 깊숙이 들어와 실질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미래다. 병원에서 환자를 돕고, 가정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돌봄 시설에서 노인을 보조하는 일. 그러나 리 연구팀의 논문이 밝히듯, 구조화된 공장 환경을 벗어나는 순간 로봇이 다루어야 할 물체는 완전히 달라진다. 형태가 일정한 산업용 부품 대신, 감지하거나 모델링하기 어려운 복잡한 물체들이 기다린다. 두 논문 모두, 공장 밖에서의 정교한 조작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난제가 풀리지 않는 한 피지컬 AI의 일상화도 그만큼 더디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 기다림 동안 우리가 할 것
 
그렇다면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리와 안의 연구가 그리는 지형을 보면, 지금 로봇 손이 잘하는 영역과 아직 어려운 영역의 경계가 대략 드러난다. 정해진 환경에서 정해진 물체를 반복적으로 집는 작업, 물류 창고의 규격 작업이 잘하는 영역이다. 반면 의료 보조, 돌봄, 가정 서비스 등은 복잡하고 불규칙한 물체를 상황에 맞게 다루는 능력을 요구한다. 필자는 이 경계를 따라, 로봇 손이 파고드는 영역과 사람 손이 남아야 하는 영역을 미리 구분해 두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경계가 좁혀지는 동안, 우리가 키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로봇이 아직 하지 못하는 것들, 즉 맥락을 읽고 상황을 판단하는 감각이다. 규격화된 상자가 아니라 처음 보는 물체를 다루는 순간,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오는 현장에서 즉각 대응하는 능력,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 이것들은 DoF로 표현되지 않고, 훈련 데이터로 학습되지 않으며, 케이블이 마모된다고 흔들리지 않는다. 로봇 손이 완성되는 속도와 무관하게, 이 능력들은 사람만이 계속 쌓아갈 수 있다.
 
손은 아직 미완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시간이 있다
 
로봇이 걷고 말하고 보는 문제는 빠르게 풀렸다. 그러나 손은 달랐다. 손은 단순한 기계 부품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과 직접 접촉하는 방식 전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쥐고, 돌리고, 느끼고, 맥락에 맞게 힘을 조절하는 것. 이 단순해 보이는 동작들이 로봇에게는 아직 넘지 못한 벽으로 남아 있다.
 
그 벽이 높을수록, 피지컬 AI가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여백이다. 로봇이 손의 문제를 풀어가는 동안, 우리는 로봇이 끝내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더 깊이 갖춰두어야 한다. 피지컬 AI가 우리 곁에 완전히 닿는 날, 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간격은, 로봇 손의 자유도보다 훨씬 클 것이다.
 
최홍규 연구위원(EBS) / 미디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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