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 인터넷(IP)TV 산업의 성장 둔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 시청 패턴이 변화하면서 유료방송 산업의 근간인 가입자 확대가 제한되는 모습입니다. 한때 통신사들의 대표 성장 사업으로 꼽혔던 IPTV가 성숙기를 넘어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현진 KT 커스터머부문장(부사장)은 최근 진행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넥스트 IPTV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며 "콘텐츠 이용 경험을 향상할 수 있도록 AI 스피커를 활용해 초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IPTV 1위 사업자인
KT(030200)가 넥스트 IPTV를 언급하게 된 배경으로는 가입자 성장 둔화가 꼽힙니다. KT의 1분기 IPTV 가입자는 952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직전 분기 대비 1만3000여명 감소한 수치입니다. 인터넷 가입자가 지난해 2분기 1000만명을 돌파하고 고부가가치 상품인 기가인터넷 비중이 높아지는 것과 달리 IPTV는 가입자 증가가 정체된 모습입니다. 미디어 매출 역시 성장세가 둔화했습니다. KT의 1분기 미디어 매출은 5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지만, 지난해 4분기 대비로는 2.3% 감소했습니다.
가입자 성장세 둔화와 이에 따른 매출 정체는 KT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내 IPTV 3사 모두 OTT 중심으로 재편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한 모습입니다.
SK브로드밴드의 1분기 유료방송 전체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케이블TV 가입자뿐 아니라 IPTV 가입자도 줄었습니다. IPTV 가입자는 675만명, 케이블TV 가입자는 270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각각 1년전 보다 0.9%, 3.1% 감소했습니다. 유료방송 매출 감소도 이어졌습니다. IPTV와 케이블TV를 합한 유료방송 매출이 4781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분기 대비 0.6%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1.3% 감소했습니다.
LG유플러스(032640)는 1분기 IPTV 가입자 576만7000여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8% 가입자 증가를 이뤘고, 매출도 3351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1.5% 성장세를 유지하며 선방한 모습입니다. 다만 속사정은 다른 사업자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연간으로는 0%대 성장이 3년째 지속되는 까닭입니다. 2022년만해도 5.6%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2023년과 2024년 각각 0.2% 수준으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사실상 0%에 수렴했습니다.
IPTV는 방송통신융합의 주역으로 주목받으며 2009년 1월 상용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초기에는 케이블TV의 탄탄한 가입자 기반과 콘텐츠 경쟁력 부족 등의 영향으로 고전했지만 빠르게 성장세를 키웠습니다. 2016년 매출 기준으로 케이블TV를 추월한 데 이어, 2017년 하반기부터는 월별 가입자 수도 역전했습니다. 한때 돈먹는 하마로 불렸지만, 키즈 콘텐츠와 주문형비디오(VOD), 결합상품 등을 앞세워 통신사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상용화 20년도 채 되지 않아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업계에서는 OTT 확산과 숏폼 중심의 시청 패턴 변화가 IPTV 산업의 성장 둔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OTT 이용률은 81.8%로 전 연령대에서 확대됐고, CJ메조미디어의 2026 타깃 리포트에서도 OTT 이용률은 전 연령대에서 70%를 웃돌았습니다. 특히 숏폼 시청 시간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10대는 하루 평균 62분, 20대 49분, 30대 41분, 40대 34분, 50대 38분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일한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하면서도 IPTV에는 허가·요금·약관·채널 운용 등 기존 방송 규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산업 부담 요인으로 꼽힙니다. OTT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업 구조를 갖춘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입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은 지난 10여년간 네트워크와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며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떠받쳐왔지만, 시장 환경 변화에 비해 규제 체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