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정복 MOU의 족쇄…인천경제청, 영종국제학교 '특정학교 맞춤 특혜' 의혹
공모 조건 못 맞춰 "참여 중단" 통보...이틀 뒤 인천경제청 조건 완화
"양식 변경 등 직접 안내받아 재참여 검토...마감 연장까지 요청"
법적 자격 안 됐던 학교, 조건 완화 거쳐 결국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2026-03-31 17:24:40 2026-03-31 19:08:45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올해 2월 직접 영국을 방문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영종 미단시티 국제학교 우선협상대상자 '위컴 애비'가 공모 당시 스스로 자격이 안 된다고 밝혔던 학교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건립비 1500억원이 공공 재원으로 충당되는 이 학교의 공모 과정에서 위컴 애비 측의 요청에 맞춰 조건이 완화된 정황이 이번에 드러났습니다.
 
인천경제청과 위컴 애비는 지난해 3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이후 현재까지 "본교가 직접 설립하고 운영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외국교육기관법)’은 제4조에서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자를 "외국학교법인에 한한다"고 규정합니다. 본교가 직접 한국에 비영리 외국학교법인을 설립하고 운영 주체로 등기를 해야만 교육청 인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2월24일(현지시간) 영국 위컴 애비 스쿨(Wycombe Abbey School)을 방문해 학교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인천시청)
 
3월31일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자료를 보면, 공모 과정에서 인천경제청이 위컴 애비 인터내셔널(WAI)과 이메일을 통해 따로 접촉한 정황이 드러납니다. WAI는 위컴 애비 본교와 별개로 설립된 독립 법인으로, 본교의 해외 분교 사업을 담당하는 영리법인(자회사)입니다. 인천경제청이 공모 과정에서 권한도 없는 법인과 소통한 셈입니다.
 
인천경제청은 2024년 10월14일 '영종 미단시티 외국학교법인 선정 공개모집'을 공고했습니다. 공모 설명회는 10월28일로 예정됐습니다. 공모 설명회를 일주일 앞둔 10월21일 김모 인천경제청 정책특별보좌관이 WAI 측에 "인천경제청 홈페이지에 공모지침서(RFP)가 게시됐다"며 "한국어 사이트에 게재돼 있어 참고를 위해 영문 버전을 전달한다"고 직접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11월13일 WAI 측 관계자가 인천경제청에 답신한 내용은 사실상 공모 참여 중단 통보였습니다. WAI 측은 "RFP 문서는 입찰이 본교에 의해 직접 제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위컴 애비를 포함한 유명 학교 대부분은 비영리 자선 법인으로 설립돼 있어 해외 캠퍼스에 직접투자 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일반적인 관행은 공인된 운영사가 투자 및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현재로서는 공모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본교의 위임장(Power of Attorney)을 통해 RFP 제출이 가능한지 확인해 달라. 가능하다면 참여를 재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공모 기준을 스스로 충족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우회 방법을 문의한 겁니다.
 
인천경제청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함께 공모에 참여한 다른 학교는 본교에서 직접투자를 하거나 정부에서 직접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며 "본교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은 자기들 사정이다. 1500억원을 들여 학교를 지어주고 땅까지 내어주는 마당에 직접투자를 받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WAI 통보 이틀 뒤인 11월15일 인천경제청은 기존 '양식 6'과 함께 새로운 '양식 6-1'을 공식 배포했습니다. 양식 6과 6-1은 공모에 참여하는 외국학교법인이 인천경제청에 제출해야 하는 '외국학교법인 확인서'입니다.
 
외국학교법인이 공모에 참여할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향후 학교를 설립·운영하겠다는 의사와 책임을 확인하는 서류입니다. 원래 공모 지침에 포함돼 있던 양식 6에는 "본교가 직접 설립 후 운영하며 분교의 학사·행정·재정에 관한 최종 책임을 진다"는 조항이 한글·영문 모두 명확히 적시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 배포된 6-1의 영문판에는 '직접', '운영' 표현이 빠져 있고, 최종 책임 조항도 사라졌습니다.
 
이 관계자는 "양식 6-1은 누구나 100% 다 써줄 수 있는 거다. 만약 그 조건이면 전국에 있는 비인가 국제학교가 다 지원했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공모 당시 유명한 학교 다수가 관심을 보였지만 '이미 정해져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다 빠져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흘 뒤인 11월18일 밤 11시15분, WAI 측 관계자는 김 보좌관에게 "오늘 아침 양식 변경 사실을 전달받았다. 이로 인해 공모 참여를 재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완성도 높은 제안서 준비를 위해 2025년 3월10일까지 마감일을 연장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습니다. 참여 중단을 선언했던 학교가 인천경제청으로부터 지침 변경 사실을 직접 안내받은 뒤 닷새 만에 재참여 의사를 밝히고, 마감 연장까지 요청한 것입니다.
 
한달여 뒤인 12월13일 인천경제청은 마감을 기존 2025년 1월10일에서 2월14일로 연장한다고 공고했습니다. 연장 사유는 '현재의 사회·경제적 상황'이었습니다.
 
조건 완화는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2월7일 제출 안내 공고에는 "외국학교법인 이사장 혹은 이사장 위임을 받은 자에 한해 제출 가능"이라는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WAI 측이 11월13일 처음 타진했던 위임장 제출 방식을 수용한 겁니다.
 
<뉴스토마토>는 인천경제청에 수차례 서면과 유선 상으로 △WAI 측의 참여 중단 통보 이후 지침이 변경된 경위 △지침 변경 사실을 위컴 애비 측에 직접 안내한 경위 등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으나, 인천경제청은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학교 건립비 1500억원은 인천시가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인천글로벌시티가 송도 재미동포타운 아파트 개발이익금으로 충당하고, 부지는 인천도시공사가 8년간 무상 제공합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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