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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삭감·증액' 논란의 R&D 예산…"로드맵 제대로 세워야"
'R&D 예산' 증액 예고했지만 "반복 안돼"
"나눠먹기 표현 부적절…정부가 개혁할 문제"
R&D 예산 로드맵 손봐야…'옥석 가리기' 필요
"R&D 장기 의사결정 체계, 바로 세워야"
2024-04-02 06:00:00 2024-04-02 06:00:00
 
[뉴스토마토 백승은·김소희·임지윤 기자]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학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반영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연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R&D 분야인 만큼, 내년 R&D 예산 증액 과정상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면 혼돈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어떤 분야에 더 많은 예산을 책정할 것인지 등의 전반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1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025년도 R&D 예산 편성 방향'과 관련해 문의한 결과, 단순히 예산만 늘리는 방향으로는 혼돈을 빚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기존 R&D 로드맵을 재평가하고, 어떤 쪽을 더 강조할지 전체적인 계획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1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025년도 R&D 예산 편성 방향'과 관련해 문의한 결과, 학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반영해야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사진=뉴시스)
 
나눠먹기?…삭감 대신 구조 개혁
 
R&D 예산의 대대적 삭감의 정부 논리 중 '연구비 나눠 먹기' 관행이 지목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언급한 '나눠 먹기'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고 비판합니다.
 
연구 중인 과제에 대한 재평가와 예산 낭비 등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어야지, 일괄적인 R&D 예산 감축은 옳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나눠 먹기라는 표현은 정부가 쓰면 안 되는 표현이었다"며 "R&D 분야는 애초에 투자에 따른 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논문을 여러 개 낸다고 잘한 것인지, 특허를 낸다고 잘하는 것인지 등 기준이 애매하다. 이런 특성을 외면하고 정부가 마치 범죄 집단인 양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의 R&D 예산은 정부가 주는 것인데, 그걸 나눠 먹기로 했고 배분을 잘못했다면 과학계를 비난할 게 아니라 정부가 개혁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수많은 대학이 있지만 '강의 중심' 대학과 '연구 중심' 대학으로 나뉘는데, 한국 대학은 구분되지 않은 점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병태 교수는 "미국은 과학 재단에서 돈을 받을 수 있는 연구 중심 대학은 2% 수준"이라며 "한국은 이런 기초적인 구분도 없으면서 개인들의 도덕적 선택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정부는 '나눠 먹기 지원을 없앤 R&D 체계 개혁이 우선이다'라고 했는데, 어떤 게 나눠 먹기인지 정의가 없다"며 "R&D는 이미 3~5년간 진행되는데 기존 연구자들이 상당 부분 연구를 이어가는데 이 부분에 대한 프레임을 씌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업을 평가하는 평가 위원들이 특정 관계 때문에 평가를 객관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이런 관행이 있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예산을 줄이는 식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피력했습니다.
 
R&D 예산 로드맵 필요…옥석 가려야
 
특히 갑작스러운 R&D 예산 감축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개발 기간이 긴 제조업 분야의 경우는 피해가 막심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액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R&D 사업 정비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의 경우 개발과 투자 지원이 지속적이고 대규모로 이뤄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에서는 말로만 반도체 분야가 중요하다고 언급하지만 실상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과학 전 분야를 홀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기조 아래에서 학계의 사기가 매우 떨어지고 인재 양성에도 걸림돌이 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R&D의 장기 의사결정 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 우석훈 경제학자는 "기존 R&D 로드맵을 평가하고 어느 쪽을 강조할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이 있어야지 예산만 다시 복원한다면 온갖 혼동이 올 것"이라며 "더 큰 폐해가 생길 위험이 있으니 차분하게 계획을 짜고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병태 교수도 "R&D 예산 전체 관리 구조 등에 대한 개혁을 먼저 해야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액할 때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이미 예타가 끝난 사업을 다시 끌어다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을 텐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강성진 교수는 "신규 사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그 부분은 손 보고 예산이 더욱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025년도 R&D 예산 편성 방향'과 관련해 문의한 결과, R&D 예산 증액 이전에 R&D 사업 정비 작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김소희·임지윤 기자 100win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규하 경제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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