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칼럼)저출산과 주택정책
2024-03-05 06:00:00 2024-03-05 06:00:00
최근 충격적인 통계가 발표됐습니다. 작년 4분기 출산율이 0.65명. 즉,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가 0.6명대라는 건데요. OECD 회원국 가운데 1명을 밑도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데 그 수치조차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출산 대응을 위해 정부가 2006년부터 투입한 예산이 332조 원이지만 출산율은 반등의 기미가 전혀 없습니다. 가용한 예산 범위 안에서 손에 잡히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셈인데요. 자금 투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 어렵고 대신 전반적인 사회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죠.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 육아휴직과 아빠 출산휴가 의무화, 초등 늘봄학교, 새학기 도약 바우처 지급, 아이돌봄 서비스를 민간 돌봄으로 확대하는 등 전반적으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을 제시했는데요. 더불어민주당도 출산 부부에게 임대주택 제공, 모든 신혼부부에게 대출 지원 등 주거 지원 정책과 아동수당, 아이돌봄 서비스와 무상 바우처 지원 등 현금 지원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정책들을 동원한다 한들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주거안정은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 중 하나입니다. 치솟은 가격으로 인해 매매는 물론 전세 구하기도 부담스러운 20~30대에게 결혼과 출산은 달성하기 버거운 미션이 됐죠. 실제 서울의 주택보급률(특정 지역 가구 수 대비 주택 수)은 2022년 기준 93.7%로 전국 평균 102.1%보다 낮았습니다.
 
서울은 열악한 주거환경 비율도 전국 평균을 웃도는데요. 판잣집이나 비닐하우스, 고시원 등 비거주용 건물에서 사는 사람의 비율이 서울의 경우 2022년 기준 9.9%로 전국 평균 7.1%보다 높았습니다. 집값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55명으로 그쳤습니다. 서울 내에서는 관악구가 0.38명으로 가장 적었는데요. 높은 주거비용과 그에 따른 열악한 주거환경이 저출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방향'에 따르면 매매가와 전셋값이 오를수록 출산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주택시가총액이 일정하게 유지되던 시기에는 출산율도 유지됐는데, 주택시가총액이 급증한 2010년대 중반 이후 출산율은 급락했습니다. 주택매매가격이 1% 오를 때마다 다음 해 출산율은 0.00203명 감소했다고 합니다. 또 한국은행의 '초저출산 및 초고령화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에 의하면 2019년 실질주택가격지수 104가, 2015년 100으로 떨어질 경우 출산율을 0.002명 밀어 올린다고 나왔습니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는 일자리, 주택, 교육, 보육, 나아가서는 생계비 안정 등을 포괄하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죠. 1인 가구 중심으로 공급되는 임대주택을 아이가 있는 가정에 더 많이 공급해야 합니다. 아이가 성장하는 시기에 맞춰 주택 면적도 넓힐 수 있는 체계적 주거 사다리도 필요해 보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저출산 위기극복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됩니다. 미래 주거안정을 위한 넓은 시각의 주택정책을 모색하면서 현실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세밀한 설계도 담아내야 할 때입니다. 
 
강영관 산업2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