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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암모니아에 대한 단상
2024-02-05 06:00:00 2024-02-05 06:27:16
바츨라프 스밀은 그의 책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에서 암모니아, 플라스틱, 강철, 콘크리트를 현대 문명의 핵심을 이루는 '4대 기둥'으로 규정한다. 스밀은 에너지의 흐름과 같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계의 작동을 설명하기 좋아하는 과학자로, 빌 게이츠가 신뢰하는 전문가로 종종 소개된다. 그는 이들 물질이 어떻게 우리 세계의 토대를 이루는지를 설명하며, 이들의 대체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화석 연료에 의존적인 이 물질들의 생산 과정을 들어, 인류가 직면한 탈탄소화의 실질적 어려움을 건조하지만 설득력 있는 언어로 풀어낸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 조선업계는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의 성공적인 수주 소식을 연이어 전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21척의 운반선 중 15척을 수주하였고, 올해에도 이러한 성과를 이어가며 시장에서의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많은 언론에서는 이러한 추세의 배경으로 인류의 기후 위기 대응과 탈탄소화 노력을 지목한다. 탈탄소 경제의 대안으로 제시되곤 하는 수소 경제 담론에서, 수소와 질소의 결합체인 암모니아는 효율적인 수소 저장 및 운반 수단으로 기대받고 있다.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료로서의 암모니아 역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주요 조선사들은 암모니아 연료를 활용한 선박 추진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의 전략적인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암모니아의 이러한 잠재력은 모순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산업적으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주된 방법인 하버-보슈 공정은 매우 에너지 집약적이며, 화석 연료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암모니아의 합성에 필요한 수소를 얻기 위해, 메탄을 활용하는 과정 역시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발생시킨다. 이러한 요인들은 암모니아 생산 과정 자체를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주요 배출원으로 만드는데, 이것이 전체 배출량의 대략 1~2%를 차지한다. 암모니아는 비료의 주요 구성 요소로서,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한 작물 수확량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암모니아로부터 만들어지는 현대의 질소 비료 없이는 오늘날의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스밀은 암모니아를 현대 문명의 4대 기둥의 하나로 지목한다. 본질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화석 연료를 먹으면서 살고 있다.
 
2021년 한국에서 벌어졌던 요소수 사태를 잠시 돌아보자. 당시 호주와 중국 간의 갈등이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을 불렀고, 이것이 중국 내 석탄 부족을 야기했다. 이는 주로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중국의 암모니아 생산에 차질을 빚게 했다. 중국은 전 세계 30% 정도의 암모니아를 생산하여 공급한다. 이에 따라 암모니아로부터 만들어지는 중국에서의 요소수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고, 결과적으로 한국에서의 요소수 부족 사태로 이어졌다.
 
암모니아의 이중성은 탈탄소화의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암모니아의 생산이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과정인 한, 그 위에서 암모니아의 활용 방법을 아무리 확장한다 한들, 그러한 논의는 늘 의문점을 남기기 마련이다. 더구나 암모니아가 인류의 식량 생산에서 차지하는 근본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암모니아의 생산 과정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정책적 해법을 더욱 복잡하고 미묘하게 만든다. 탈탄소화를 향한 인류의 여정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 암모니아를 둘러싼 이야기에 사람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이철희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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