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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비공식작전’, 추격+탈출+액션=순도 300% 쾌감
1986년 레바논 무장 단체 피랍 외교관 실화 모티브+상상력
하정우·주지훈 ‘버디’ 장르+탈출 과정 액션 카체이싱 ‘수위↑’
2023-07-18 07:00:38 2023-07-18 21:59:5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누군가를 구출합니다. 배경은 중동입니다. 그를 구출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하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비공식 채널로 그를 구하기 위해 극소수의 누군가가 움직입니다. 그 과정에서 중동의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그의 조력을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연하지만 해피 엔딩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이 얘기의 당위성 이 얘기, 실화입니다. 실제로 벌어졌던 얘기랍니다. 아직 이 얘기의 실제 주인공이 생존해 계십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이거 안 봐도 비디오 아니냐라고. 그 예상 그대로 안 봐도 비디오, 맞습니다. 근데 그 비디오의 재미.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을 겁니다. 확신합니다. 너무 뻔한 재미라 치부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걸 알고 있는 제작진은 그 뻔 함속에서 차별화를 선택하고 집중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영화, 실화가 모티브입니다. ‘실화모티브이기에 무겁고 진중하게 다가서야 할 것이란 선입견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톤 앤 매너는 그게 아닙니다. 순수하게 그리고 온전하게 상업 영화틀 안에서 실화를 해석해 냈습니다. 굳이 진지하고 진중하게 접근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 소재를 지나치게 가볍게 소화하려 들지도 않습니다. ‘모티브즉 이 영화가 끌어 온 점은 사실 중동에서 대한민국 외교관이 테러 집단에게 납치됐다란 것 외에는 순수한 창작의 영역에서 존재합니다. 보고 즐기고 맛볼 수 있는 화끈한 상업 영화란 점에서 비공식작전존재감은 올 여름 극장가 블록버스터 대전 최고 흥행 보장 카드로 뚜렷합니다.
 
 
 
원제 피랍이던 비공식작전모티브 실화는 1986년 레바논에서 있었던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선 그 이듬해인 1987년이 배경입니다. 88서울올림픽 개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 비슷한 소재와 설정으로 볼 수 있는 모가디슈’ ‘교섭과 달리 비공식작전의 실제 사건 관련 서류는 여전히 국가 기밀로 분류돼 있답니다. 결국 앞선 두 영화가 최대한 사실을 기반으로 한 접근법을 유지했다면 비공식작전은 기본 전제 외에는 순수한 창작에 더 가깝습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 사진=쇼박스
 
실화 모티브 속 창작된 영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외무부 중동과 소속 외교관 한 명이 레바논 무장 단체에 납치 됩니다. 그리고 무려 18개월 가까이 시간이 흘렸습니다. 외무부 내에서도 이 외교관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 질 즈음이었습니다. 같은 과에 근무 중이던 민준(하정우)은 외무고시 후배 기수이지만 주류 대학 출신이 아니란 점 때문에 괜찮은지역 발령에서 밀립니다. 그런 이유로 심통이 나 있고 화가 뻗치던 그 날이었습니다. 홀로 남은 사무실에서 퇴근 준비하고 나가던 중 걸려온 전화 한 통. 전화에선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무언의 신호만 들려왔습니다. 모쓰 부호 같은 그 신호. 해외 파견 외교관들이 위험에 빠질 경우 보내는 일종의 비밀 신호였습니다. 그 신호를 해석하자 18개월 전 레바논 무장단체에 피랍된 뒤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던 외교관이었습니다. 외무부 전체가 비상이 걸렸습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 사진=쇼박스
 
일단 외무부 장관은 청와대에 보고를 하고 서울올림픽 개최 전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단 제안을 하면서 피랍 외교관 생환 프로젝트가 실현됩니다. 레바논 무장단체로부터 비공식루트를 통해 전달 받은 외교관 몸값은 무려 500만 달러.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이 투입됩니다. 하지만 공식 작전이 될 순 없습니다. 한 국가의 정부가 테러 단체와 돈을 주고 협상을 했단 최악의 선례를 남겨선 안되기 때문입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 사진=쇼박스
 
외무부는 즉각 회의를 통해 피랍 외교관 구출 프로젝트에 나설 적임자를 찾습니다. 민준은 자원을 합니다. 중동 전문가인 그는 이번 작전 성공 이후 미국 발령 확답을 요구합니다. 외무부 장관 허락이 떨어집니다. 그렇게 민준은 사심으로서 이 작전에 처음 발을 내딛습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 사진=쇼박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한 민준. 하지만 도착부터 난관입니다. 레바논은 중동의 진주라 불리우면서도 당시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무장 단체와 몸값 협상을 위해 입국한 단 정보를 입수한 부패한 공항 경비대는 몸값으로 쓰일 돈을 노립니다. 이 돈을 지키기 위해 도망치던 민준은 우연히 현지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던 판수(주지훈)의 차에 올라타게 됩니다. ‘사기꾼스러운 판수와 함께 동행하게 된 민준은 피랍 외교관 구출을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판수는 돈 밖에 모르던 흑심 이면에 자신도 모르는 대의를 발견하게 됩니다. 온전히 개인적 욕심을 위해 위험한 내전 지역에 발을 내딛은 민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과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외교관으로서 성장해 나갑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 사진=쇼박스
 
이렇게 흘러가는 비공식작전은 큰 틀에서 두 가지 형태로 상업적 코드를 심어 풀어갑니다. 일단 버디입니다. 주인공 민준과 판수, 두 사람의 호흡이 밀고 당기고 끌고 밀어주고를 합니다. 각자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적재적소에서 온전히 파악하고 딱 그 일을 합니다. 판수의 흑심이 터지는 순간, 민준의 고생길이 열립니다. 민준의 고생길이 마무리되는 순간 판수의 컴백이 등장합니다. 두 사람이 합심하는 순간 액션이 터집니다. 액션이 터지는 순간, 두 사람은 완벽하게 한 몸이 됩니다. 이런 호흡의 연속은 이 얘기를 통해 큰 틀의 대의 명분을 전달하려 무게를 잡지 않은 김성훈 감독의 상업적 연출 코드의 노련함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끝까지 간다를 통해 두 남자가 주고 받는 호흡의 간극 조율에 탁월함을 증명해 낸 그는 터널에선 터널 속 한 남자의 생존을 위한 사투와 함께 터널 밖 공무원들의 이합집산에 따른 무능한 관료주의를 꼬집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의 비율 배합과 호흡의 리듬감을 지휘한 바 있습니다. ‘비공식작전에선 민준과 판수의 이른바 티키타카 호흡만으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1987년 레바논 분쟁 지역 한 가운데로 끌어 갑니다. 그 동력의 핵심은 예상 밖으로 액션에 있습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 사진=쇼박스
 
비공식작전은 초반 이후 민준과 판수의 버디 설정으로 동력을 끌어 올리고 두 인물의 호흡에 따른 액션과 리액션으로 관객의 집중력을 사로 잡습니다. 그 안에서 숨쉬는 양념처럼 느껴지는 군사정권 시절 관료주의는 영화적 시선으로 풀어가기에 좋은 소비적 소재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는 액션입니다. 중반 이후 터져 나오는 민준과 판수 그리고 피랍 외교관 탈출 과정은 문자 그대로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추격과 도망의 연속이 이어지는 과정은 시시각각 조여오는 긴장의 끈을 잡아 당기는 힘 그 자체입니다. 그 힘과 함께 펼쳐지는 비공식작전액션의 백미는 3D체험에 가까운 카체이싱입니다. 모로코 도심 현지에서 촬영된 추격신은 오감 체험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실적입니다. 국내 상업 영화 속 카체이싱 장면 가운데 비공식작전그것을 첫 손에 꼽아도 손색 없을 정도입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 사진=쇼박스
 
이 영화 최대 약점은 자칫 코믹 장르로 오해할 만한 포스터 디자인과 제목 뿐입니다. 하정우 주지훈 두 배우의 장기인 능청스런 연기도 코미디로서 오해 살 만합니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습니다. 올해 여름 블록버스터가운데 가장 화끈하고 가장 센 쾌감입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도 그리고 공식적으로도 말입니다. 개봉은 다음 달 2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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