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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불신 커지는 증권사 리포트
2022-10-12 06:00:00 2022-10-12 06:00:00
증권부 우연수 기자
'매수 일색', '뒷북 하향'.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담긴 말이다. 주가는 계속 떨어지는데 증권사 리포트는 여전히 '저점 매수 기회'를 외치고 있고, 목표가 조정은 주가가 다 떨어진 뒤에야 후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단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글로벌 증시가 꾸준히 하락하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들의 '매수' 리포트 비중은 작년보다 오히려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 공시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기준 매수 리포트 비중이 작년 말보다 늘어난 국내 증권사는 12곳에 달한다. 매도 리포트가 있는 곳은 DB금융투자(0.8%)와 다올투자증권(0.6%), 미래에셋증권(0.7%), 상상인증권(0.5%) 등 4곳에 그쳤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올 들어 '매도' 리포트 비중을 늘리고 매수 비중을 줄인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모간스탠리증권의 매수 리포트 비중은 작년 말 41.9%에서 상반기 말 39.3%로 줄었다. 반면 매도 리포트는 15.1%에서 16.3%로 늘었다.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 다이와증권, 씨엘에스에이코리아증권, 골드만삭스 등도 매수 리포트 비중은 줄고 매도 의견은 늘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더 많은 종목을 '사라'고 했지만, 최근 코스피는 상장 종목의 절반 가까이가 52주 신저가를 찍는 등 참담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국내 리포트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목표주가 하향은 늘어났지만, 이마저도 신빙성이 낮아지고 있다. 시장은 증권사가 제시하는 목표주가의 절대값에 의미를 두기보다 '상향'과 '하향'을 주요한 투자 시그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과 증권사 영업부, 투자자들 눈치보기로 매도 리포트를 쓰기 힘든 환경 속에서 목표가 조정은 애널리스트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달 간 나온 증권사 리포트 1037개 가운데 306개가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지고 나서야 기계적으로 괴리율을 낮추듯 목표가를 하향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쉬마크(Poshmark) 인수 이슈로 네이버 주가가 급락했을 때도, 포쉬마크 인수 발표 당일 나온 코멘트 리포트는 두개뿐, 하루 새 주가가 8.8% 빠진 다음날에야 목표가 하향 리포트가 쏟아졌다. 과거 코로나19 이후 증시 급반등 장에서도 증권사 리포트들은 뒤늦게 목표주가를 올려 '뒷북 상향'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엔 장 하락 이후에야 뒷북 하향이 나오고 있단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기업 주가를 좌지우지한단 말이 나오고 있다. 외국계 리포트 의견 단 하나의 무게를 그토록 크게 한 주범은 국내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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