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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은 변신중①)우체국에서 부모님 용돈을?…이색 서비스 '눈길'
통상 우편 물량 지속 감소…코로나19 겪으며 공적 역할 강화
보편 서비스 수행하지만 고루한 이미지는 한계
2022-04-27 06:11:00 2022-04-27 06:11:00
1884년 근대우편제도가 도입되면서 시작된 우정사업은 올해로 138년째를 맞았다. 우체국을 관장하는 우정사업본부가 출범한 지도 22년이 됐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 우체국은 변화의 물결을 직면했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통상 우편물은 해마다 줄었고 적자도 커졌다. 전국에 퍼져있는 물적·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민간 금융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촌·도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보편 금융 서비스로 시작한 예금·보험 사업의 비중이 자연스레 확대됐다. 그럼에도 우체국은 본업인 '배송'에 대한 책임을 놓치 않고 있다. 집배원들은 국민들에게 행복을 배달한다는 의무감으로 도서산간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누빈다. 동시에 다소 고루하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층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오늘도 우체국은 역사와 함께 진화 중이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 3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우체국의 현금배달 서비스로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용돈을 보내드렸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해 마음이 못내 무거웠는데 집배원을 통해서라도 직접 용돈을 전달해드릴 수 있어 안심이 됐다. 부모님 입장에서도 계좌이체로 돈을 받으면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따르는데 현금을 직접 받아 훨씬 편리했다는 후기가 전해졌다. 
 
A씨의 사례에서 보듯 우체국 배송 서비스 범위는 다양하다. 선거우편, 특별송달, 민원우편, 내용증명 등 특수 취급 우편은 물론 국가기관·지자체 등과 협업해 공공·복지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배달 서비스를 수행한다. △경찰청 유실물 반환을 위해 비재산물품을 우체국에서 발송하는 유실물 소포 배송 제휴 △장애인이 도서관에 대출 또는 반납 신청한 자료를 배송하는 책나래 서비스 △홀몸 어르신 대상으로 주1회 안부 편지를 등기발송하고 집배원이 안부를 확인·통보하는 사회안정망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공적 마스크 판매, 코로나19 치료키트 배송, 임산부에 필수 물품을 전달하는 맘편한 임신서비스 등 공적 역할을 보다 공고히 했다. 
 
대전 둔산우체국 집배원이 코로나19 재택치료자들에게 배송할 재택치료키트 상자를 이륜차에 싣고 있다. (사진=우정사업본부)
 
이 같은 활동은 우체국이 전국에 걸쳐 3400여개 우체국 지점과 4만3000여 직원 등 방대한 물적·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했기에 가능했다.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본업이었던 통상우편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공적 역할을 강화할 여력도 생겼다. 2020년 말 기준 우체국의 총 우편물량은 31억2300만통으로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올해는 우편물량이 29억통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10년 전인 2013년의 44억통 대비 30% 이상 위축된 규모다. 
 
우체국은 공적역할 확대와 신사업 발굴에 계속해 노력할 계획이다. 우체국의 새로운 역할과 디지털 혁신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이를 뒷받침 할 재정관리를 위한 '우정혁신TF'도 구축했다. 
 
젊은 조직으로의 변화도 꾀한다. 전국에 걸친 네트워크는 강점이지만 농어촌·도서 지역에서 우체국에 의 고전적 업무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고루한 이미지가 강한데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우체국이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우체국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들이 주로 우체국을 택배보내는 곳(81.3%)으로 인지하고 있었고 청년층(25%)보다는 중장년층(72%)이 더 많이 우체국을 방문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우체국의 개선 방안으로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우편·택배 이외의 다양한 기능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을 제안했다.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포메이션은 우체국의 이미지 변신에도 일조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등장으로 기존 은행·보험사들이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여기에 발맞춰 우체국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우체국은 모바일 우편함, 금융비서 서비스, 전자문서지갑 등 디지털 신서비스를 고객 친화적으로 제공하고 기존의 서비스도 비대면·온라인화·페이퍼리스화를 지향하고 있다. 금융인증서 도입, 오픈뱅킹 서비스 확대에 이어 최근 국가기관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기로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메타버스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제페토에서 개최한 우표전시회도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한 시도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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