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전쟁터에 선 이재명…문재인정부 '차별화' 수위 놓고 고민
정부 차별화 수위 높고 후보측·선대위 전략적 이견
문 대통령 높은 지지율은 부담…김종인 등판도 위협적
'선명성 드러내야 산다' vs '제2의 정동영 될라'
입력 : 2021-12-07 18:37:24 수정 : 2021-12-07 18:37:24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민생행보를 강화하며 '민생 해결사'를 자임하고 나선 가운데,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 수위를 놓고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생을 어렵게 한 지점에 부동산과 코로나 방역 및 보상 등 현 정부 정책의 실패가 있어 이를 덮고 무작정 정책대결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양극화 심화에 주목, 정권심판에 대한 표심을 자극할 게 자명해졌다. 그렇다고 정부와의 차별화에 집중, 각만 세울 경우 강성 친문을 비롯한 여권 지지자들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자칫 '제2의 정동영'이 될 수도 있다.   
 
7일 이재명 후보 측과 선대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방역정책 혼선 등을 과감히 비판하는 전략, 노골적 차별화 대신 기획재정부 등 부처만 때리는 노선을 놓고 고민 중이다. 차별화는 불가피하되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경제·민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려면 정부 정책과 그에 따른 결과 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가 선행돼야 한다. 국민의힘이 김종인 체제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양극화 해소를 의제로 던지면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점도 이 후보로서는 맞대응 전략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처지로 몰아넣었다. 
 
이 후보 측에서는 부동산 민심과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수습하려면 이 후보가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 여당 후보가 정권을 직접 비판하는 건 임기 말 정권 흔들기로 비쳐져 여권 지지층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이는 곧 이견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대위 한 핵심 관계자는 "참모들이 자영업자 대책 등에 미적지근한 문재인정부를 과감히 비판하고 확실한 보상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요청하지만 이 후보는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결단을 못 내리고 있다"며 "이러다 국민의힘에 이슈 주도권을 내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때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문제로 당청과 대립한 이력이 있는데, 대선후보로서 청와대를 비판하는 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차별화를 하겠지만 아주 서서히 '하는 듯 안 하는 듯' 정책의 차이점을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고민하는 기저엔 17대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의 실패 사례가 있다고 귀띔했다. 당시 정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까지 지내는 등 '황태자'로 불렸으나 임기 말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냉정히 등을 돌리면서 친노와 감정적 골이 깊어졌다. 선거에서도 졌다. 정 후보는 이후 '배신자' 취급을 받으며 다시는 민주당에 돌아오지 못했다. 이 후보는 당시 정 후보 지지모임인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을 이끌며 그를 도왔다. 정권 흔들기 낙인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 후보로선 문재인정부와 노골적인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
 
설상가상 문 대통령이 임기 말임에도 국정운영 지지율을 40%대로 유지하는 상황은 이 후보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다. 지난 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가 40.5%로 나타났다.(조사는 11월29일~12월3일에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305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을 맡은 조응천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이례적으로 높아서 엄청 부담스럽다"면서 "(차별화 수위는)솔직히 정말 굉장히 고민스러운 지점"이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다만, 조 의원은 "이 후보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해 날이면 날마다 반성을 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정책도 지금 계속 얘기를 하고 있고 코로나19 대책 등 국민들이 아파하는 대책에 반성하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언급, 이미 차별화는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실제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에서 2030세대 무주택 청년들을 만난 자리에선 "(부동산)수요를 통제하면 적정한 물량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봤던 것인데, 시장은 다르게 반응했다”고 진단했다. 또 서울대생들을 만나선 "국가의 빚이나 개인의 빚이나 빚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라며 정부의 소극적 재정지원을 지적했다. 이 후보는 지난 6일에도 자영업자들과 선대위 회의를 하면서 방역 대책으로 피해를 본 상인들에 대한 직접지원 확대를 주장, "기재부가 국가부채 비율을 낮게 유지하다 보니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쥐꼬리만큼 지원한다"고 했다.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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