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게임 접근성이 장애인을 위한 별도 편의 제공을 넘어 게임 산업의 제작 기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자막, 조작 방식,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정보 전달 방식 등 접근성 기능을 개발 초기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22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2026년 게임문화포럼'을 열었습니다. 올해 포럼 주제는 '우리 모두의 로그인'입니다. 게임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게이머가 겪는 장벽을 짚고, 이를 줄이기 위한 산업계·학계·이용자 차원의 개선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2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2026년 게임문화포럼'을 개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발제에서는 게임 접근성이 더 이상 일부 이용자를 위한 부가 기능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최은경 한신대학교 e스포츠융합대학 교수는 "게임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교육의 대상이자 목적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게임 리터러시가 디지털 시민성과 연결되는 만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콘진원은 지난 2022년부터 추진해 온 장애인 게임 접근성 연구를 바탕으로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 개발 방향도 공유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시각, 청각, 운동, 인지 등 감각·조작 영역별 기능을 체계화하고, 게임 개발사들이 실제 제작과 운영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김효은 콘진원 책임연구원은 한국 게임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장애인의 온라인 게임 참여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세계 4위 산업과 5.3%의 참여, 이 간극이 오늘 가이드라인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접근성 기능이 장애인만을 위한 특수 기능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접근성 기능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PC 이용자 중 84%에 달했다"며 "접근성 기능은 더 이상 장애인을 위한 특수 기능이 아니라, 다수 이용자가 이미 요청하고 있는 일반 대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게임 접근성은 편의 제공이 아니라 문화 참여의 권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접근성 기능이 장애인 게이머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고령자, 일시적으로 신체 불편을 겪는 이용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게임 개발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는 모바일 게임 '서울2033'의 시각장애인 접근성 개선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서울2033은 텍스트 기반 어드벤처 게임으로, 시각장애인 이용자가 스마트폰 스크린리더 기능을 활용해 플레이할 수 있도록 보이스 라벨링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아이콘으로 표시되던 정보를 스크린리더가 읽을 수 있도록 바꾼 것입니다.
캥스터즈의 '휠리엑스(WheelyX) 플레이' 사례는 게임 접근성이 신체 활동과 이스포츠, 일자리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김강 캥스터즈 대표는 장애인 e스포츠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건강, 사회적 교류, 직업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종합토론에서는 접근성 개선을 '배려'가 아닌 '동등한 출발선'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유튜브 채널 'G식백과'를 운영하는 김성회 창작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만든 경사로가 여행객의 캐리어 이동이나 택배 운반에도 도움이 되는 '비탈길 효과'를 언급했습니다. 게임 접근성 기능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이용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은 게임 접근성을 기본권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은 "이용자들이 말하는 게임을 즐길 권리를 헌법적으로 풀어보면 문화향유권"이라며 "장애인 게이머들이 온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권리는 하나의 문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기본권의 영역"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게임사들이 장애인 접근성 담당자를 두고, 접근성 관련 의견을 낼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