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누가 램지어의 ‘개소리’에 동조하는가
입력 : 2021-02-18 06:00:00 수정 : 2021-02-19 15:04:44
존 마크 램지어라는 이름의 미국 남성이 있다그는 어렸을 때 일본에서 자랐다고 한다학창 시절전범기업 미쓰비시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역사학일본학법학을 전공하고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됐다.
 
미쓰비시는 1972년 하버드 로스쿨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라는 직을 개설 받은 적이 있었는데그가 바로 그 직함을 받았다. 2018년에는 일본 경제와 사회를 홍보한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 정부가 주는 훈장도 받았다경력만 봐도 그는 뼛속 깊이 친일파’ 미국인이다.
 
그런데 그가 얼마 전 내놓은 논문 하나가 일본 극우 매체 산케이에 소개되면서 일본을 제외한 국제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그는 논문에서 어떠한 증거나 증언 없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라고 매도했다.
 
마치 해는 서쪽에서 뜨고오징어도 사람이라고 고집부리는 식이다아무 것도 모르는 세 살 어린 아이가 우기며 떼쓰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그의 망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그 횟수도 많다노컷뉴스에 따르면 그는 일본이 한국을 병합할 때 호의를 갖고 대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3·1운동을 폭력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물론 역사적 근거라고는 전혀 없다. 시쳇말로 자신의 상상 속 '뇌피셜'을 학술 논문으로 포장했을 뿐이다.
 
더욱 기가 막힌 건 그가 1923년 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인 자경단에 의해 저질러진 조선인 학살에 대해서도 날조했다는 사실이다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조선인들이 당시 대지진을 틈타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대응했다는 기적의 논리를 갖다 붙였다
 
그의 허황된 주장에 대해 많은 역사학자들은 역겹다고 말한다. “돈 몇 푼에 양심을 팔아먹은 자라고 비판한다그렇다미국 프린스턴대 철학과 명예교수 해리 프랭크퍼트가 쓴 저서 개소리(bullshit)에 관하여를 인용하자면 그는 그저 개소리쟁이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램지어의 개소리에 동조하는 한국인들이 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MBC 보도에 따르면 몇몇 인사들이 램지어를 지지하는 서한을문제의 논문을 실은 학술지에 보냈다고 한다심지어 램지어를 비판한 미국 학자들에게도 이메일을 보내서 외부인은 이 문제를 논할 권한이 없다며 압박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혹자들은 이들을 가리켜 극우라고 하지만 이들은 보수도우익도 아닌 그저 친일파일 뿐이다국가주의국수주의 등의 이념으로 무장된 극우세력이 다른 나라의 극우 세력에 동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램지어는 일본 극우 세력이 수십 년간 돈을 들여 키운 많은 어릿광대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전범 가문 정치인과 기업들이 결탁한 일본 극우 진영은 일종의 전쟁 범죄 역사 지우기’ 프로젝트 따위를 가동하며 램지어의 논문과 같은 개소리를 전파하는 데 애써 왔다.
 
이는 현재 일본 정부 내 혐한 분위기가 팽배한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여당인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서 돕지 않고가르치지 않고관여하지 않는다는 비한(非韓) 3원칙으로 가자는 말들이 나온다고 한다이를 두고 스가 정권이 혐한을 수단으로 반토막 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빤히 보이는 속셈이 가소롭다.
 
프랭크퍼트를 다시 인용하자면 그는 거짓말과 다른 개소리의 본질을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즉 사태의 진상이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말한다이어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큰 진리의 적이라고 설명한다어떠한가램지어와 그의 망언이 프랭크퍼트가 규정한 개소리 정의에 딱 부합하지 않는가. 그는 진리의 적이다. 그런데 누가 감히 그의 개소리에 동조하는가.

이승형 산업부국장 sean12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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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형

산업1부장 이승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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