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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미국은 중국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2020-07-31 06:00:00 2020-07-31 06: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미국의 중국 공격이 달라졌다. 화웨이와 틱톡 등 중국의 정보기술(IT)기업을 스파이기업이라고 몰아붙이던 공세에서 벗어나 중국 공산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초강대국 미국이 그동안 만만하게 보던 중국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180도 달라진 자세로 중국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아예 공산당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시진핑 총서기의 퇴진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자세다.
 
이제껏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대중 공격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려는, 이른바 경제적 이해관계에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대놓고 공산당 최고지도자를 끌어내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공산당과 중국인의 분리를 내걸면서 중국의 내부 분열을 목표로 삼은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의 목표는 쉽지 않다. 시진핑을 끌어내리고 중국 공산당을 무너뜨린다는 원대한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 대선에서 재선되더라도 실현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적대정책이 한 두 해 전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더라도 초강대국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중국의 맷집은 웬만한 공세에 끄떡도 하지 않는다. 그만큼 중국은 강하고 또 위협적이어서다.
 
물론 미중 양국이 1대1로 맞붙는다면 미국이 우세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출혈을 감당하면서 중국과의 전면전에 나설 여력도, 가능성도 희박하다. 미중 분쟁은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의 활력이 위축된 가운데 상황을 예측불허의 불황 국면으로 이끌 수도 있다. 또 트럼프의 대중 공세가 다분히 11월 대선을 앞둔 선거전략의 하나로 구사되고 있다는 점도 공격의 지속가능성을 믿지 못하게 한다.   

대중 공격의 우두머리는 트럼프 대통령, 최전선의 야전사령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폼페이오는 "우리가 중국을 바꾸지 못하면 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이라면서 '중국 위협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도전으로부터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사명이며, 미국이 앞장서겠다"라고도 했다. 이같은 폭탄선언은 미중 신냉전의 개시를 알리는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다. 폼페이오는 중국 정부라고도 부르지 않고 아예 '중국 공산당'이라는 표현을 썼고 시진핑도 국가주석이 아니라 총서기라는 직함으로만 불렀다. 중국의 국가 지도자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영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시진핑이 퇴진하고 공산당이 몰락할 때까지 미국의 대중 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중국 공산당이라고 부르고 시진핑의 호칭을 국가주석 대신 총서기로 부른다고 해서 중국의 실체가 달라지는 건 전혀 없다. 미국의 한계다. 중국이라는 국가가 공산당이 주도하는 국가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건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국가주석이자 공산당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는 시진핑을 단순히 총서기라고 지칭한다고 해서 중국의 속성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시진핑을 평소 '시 동지', 혹은 '시 다다(시 아저씨)'라는 친근한 호칭으로 불러온 중국인들에게 사실 주석보다는 총서기가 더 익숙한 호칭이었다. 중공이나 총서기라는 호칭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존재를 부각시키겠다는 미국의 전술은 트럼프의 대선 운동의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대중 공세의 정치적 실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 중국 공산당이라는 지배체제와 중국인을 분리시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중국 공산당의 속성을 간과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있다. 중국 공산당 강령은 노동자와 농민, 프롤레타리아 정당이라는 기본 속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개혁개방 이후 자본가 계급의 입당을 허용, 당원의 숫자만 9500여만명에 이른다. 중국 공산당을 무너뜨리거나 당과 인민을 분리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미국의 역량이 충분히 마련된 것인지부터 의심스럽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미국의 공세와 관련해 "미국은 공산당에 대한 반감을 조장하는 표현으로 중국 인민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워싱턴이 두려워하는 건 공산당이 아니라 중국 자체인데도 정치 투기꾼들의 심각한 오판에 휩쓸려 미국의 대중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반격했다. 중국인의 세계관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그들에게 공산당과 마오쩌둥은 ‘원바오'시대를 넘어 '부자의 길'을 열어 준 재물신이다. 트럼프가 중국을 호구로 잘못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중국 공산당이 오히려 트럼프의 재선을 더 기대하고 있을 테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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