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김재홍 기자] 테슬라가 현시점에서 전기차 시장의 지배자란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구도가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테슬라가 이미 앞서 있고 혁신을 거듭하면서 지금 이상의 지배력을 확보해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는 반면 품질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자동차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 완성차 업체에 뒤처질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28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는 2018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오른 뒤 계속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점유율은 2018년 10.9%에서 2019년 16%, 올해 5월 누적 기준 17.7%로 상승세다.
테슬라의 모델S와 모델X. 사진/테슬라코리아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면서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완전히 움켜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윈 산업연구위원은 "선점 효과란 것이 분명히 있고 테슬라가 자신의 시장을 분명히 구축한 만큼 지금 정도의 점유율, 어쩌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내연기관 시대의 독일 고급브랜드의 입지를 갖게 될 것"이라며 "특히 미래차 시장에서는 전장기술이 핵심 경쟁력인데 미국에서 관련 업체를 전략적으로 육성해왔고 테슬라 자체도 자율주행 등에서 앞서 있어 다른 완성차 업체가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와 부품업체 등을 포괄하는 생태계를 고려했을 때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도 테슬라가 경쟁우위를 점하기 유리한 조건에 있다는 설명이다. 테슬라가 세계 시장의 경쟁에서 밀린다면 미국 정부 차원의 직간접적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테슬라의 강세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예상도 만만찮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직은 테슬라란 브랜드를 구매하는 사람이 많지만 저변이 확대되면서 고객 서비스 등에 대한 불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신모델인 모델Y 출시가 예정돼 있고 대기수요도 많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상승 추세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소비층이 일반으로 확대되면서 좀 더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고 판매가 정체·감소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의 완성도는 테슬라의 가장 큰 문제인 반면 완성차업체의 최대 장점이란 점에서 전기차가 일반화할수록 기존 자동차 회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수 있다"며 "특히 현대·기아차 등이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상품성을 크게 개선한 전기차가 쏟아내면 테슬라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기차(코드명 NE)를 시작으로 순수 전기차만 11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NE는 15분 만에 배터리의 80%를 충전되고 1회 충전 시 최대 450km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도 전용 플랫폼 MEB 기반의 전기차를 연내에 판매할 계획이고 고성능 프리미엄 브랜드에 적용할 플랫폼도 개발했다. BMW와 GM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우디가 최근 국내에 출시한 e-트론도 상품성이 높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품질이 테슬라의 발목을 잡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품질이 테슬라의 경쟁력을 저하한다는 생각은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가 큰 실망을 할 수준의 실패를 하지 않는 한 테슬라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면서 충성 고객이 늘어나고 시장 영향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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