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고사 위기에 놓인 항공사들이 자금 마련을 위한 자구책을 피고 있는 가운데, 전체 항공사 중 절반 이상이 한꺼번에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때아닌 생존을 위한 경쟁이 돼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전 산업이 힘든 상황에 절반 이상의 항공사 유상증자에 참여할 기업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상증자를 검토 중인 LCC(저비용항공사) 중 일부는 목표 청약률을 달성하지 못해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항공사 1위 대한항공도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상황에,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낮은 LCC들의 청약률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상증자를 검토 중인 LCC(저비용항공사) 중 일부는 목표 청약률을 달성하지 못해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3월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활주로 계류장에 항공기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상증자에 뛰어든 항공사 '절반 이상'
현재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항공사는 국내 항공사 총 9곳 중 5곳(대한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플라이강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에어부산은 오는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주식 수를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1분기 38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한 에어부산은 2분기 영업손실이 500억원 이상으로 커질 경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1분기 자본 총계 460억원가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 1분기(1490억원) 대비 7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오는 8월까지 각각 1700억원·6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1700억원 중 1178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522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이달 초 이사회에서 당초 예정됐던 유상증자 일정을 2~3주가량 늦추고 운영자금 목적으로 단기차입금 500억원을 증가하기도 했다.
티웨이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642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다음 달 22일 발행가액이 확정되며 신주 예정 발행가액은 2570원이다. 신주배정 기준일은 이달 24일이고 상장 예정일은 다음 달 17일이다.
신생 LCC 플라이강원도 16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 중이다. 다만 기업 투자자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항공사들이 유상증자에 나서는 이유가 자금 마련과 더불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함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기간산업기금 지원 기준에 자본확충 등 자구노력이 들어가면서 (항공사들이)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 조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률 달성은 미지수…2분기 '깜깜'
유상증자에 나선 항공사는 많지만, 목표 청약률 달성 여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전 산업에 걸쳐있는 가운데 단기간에 한 업종에서 많은 투자 선택지가 열렸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항공사는 유상증자 목표액 달성이 힘들어질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화물 부문 실적이 견조해서 증자 소화가 잘된 경우에 속한다"며 "기타 LCC의 경우 다수의 항공사가 한꺼번에 일반공모나 3자 배정으로 넘어갔을 때 청약 관점에서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리스크가 크다"고 우려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LCC 중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발생 시 일반공모로 전환할 방침이다. 플라이강원은 3자배정 유상증자를 위해 투자자 섭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항공업계의 2분기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에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여파의 일부분만 반영됐고 5월 연휴 효과도 본 것이기 때문이다. 항공업에서 상대적 비수기로 분류되는 2분기 재정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정부가 추진하는 40조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이 대형항공사(FSC)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LCC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13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패키지를 활용해 LCC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까지 진행 사항은 없다. 대한항공은 국내 첫 기안기금 수혜자로 1조원 안팎의 정부 지원을 앞두고 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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