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 국가위기에 여야는 연대해야
입력 : 2020-03-17 06:00:00 수정 : 2020-03-17 06:00:00
천만다행이다. 맹렬하던 코로나19가 지난주부터 수그러들고 있다. 코로나19 만큼이나 증가폭이 심했던 언론과 야당의 공세도 주춤해지고 국민들의 원성도 잦아드는 추세다. 그러나 태평양, 인도양 건너편에서는 이제야 코로나19가 사납게 폭주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진원지가 이탈리아라고 할 만큼 사망자도 확진자도 가히 폭발적이다.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무섭도록 강해 스위스, 독일, 프랑스를 뚫고 심지어 벨기에, 스페인도 뚫었다. 물론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만반의 태세로 초기대응에 나선 나라들이지만 발 빠르게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공격해 오는 천하무적 바이러스를 이제는 섣불리 막아낼 길이 없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를 다녀온 사람들과 이집트 성지순례를 다녀온 프랑스인들이 감염원이 되어 신속하게 번져나가더니 3월 15일 현재 사망자는 91명, 확진자는 4500명을 넘어섰다. 눈 깜짝할 사이 한국 사망자 수를 훨씬 능가했다.
이처럼 국가가 비상사태를 맞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2일 온종일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을 불러 협의를 했다. 그리고 그날 밤 8시 엘리제궁 집무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25분간 발표했다. 이 담화는 TV 생방송으로 중계됐고 처음으로 자막 처리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100년 이래 가장 심각한 공중위생 위기에 처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시간에 하나의 프랑스가 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다”라며 ‘신성한 단결(l'union sacrée)’을 호소했다.
  
그리고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몇 주간 코로나19로 고생해 온 의료진들에게 경의를 표했고, 코로나19 전파를 줄이고 제동을 걸기 위한 상세한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를 이끄는 하나의 대원칙은 과학에 대한 신뢰”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과 병원에 전염병을 물리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가동해 줄 것을 호소하면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quoi qu'il en coûte) 꼭 이겨내자”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한 병원에서 간호가 필수불가결한 경우가 아니라면 뒤로 미루고 최대한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학생들까지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동원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정부는 환자들을 책임지고 보조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재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별 대책으로 “국가는 코로나19로 인해 부득이 집에서 쉬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보상금을 지불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에 동참하는 모든 회사들은 세금과 납입금을 증명서나 패널티 없이 연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프랑스의 복지국가 모델을 칭송했다. “코로나19는 지금 펜데믹이 됐다. 보건은 급여수준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무료다. 우리 복지국가는 보상도 부담금도 아닌, 운명이 가혹할 때 필수불가결한 하나의 수단이고 소중한 재산이다”라고 연설 말미에 엄중한 목소리로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 연설은 2500만 명의 프랑스인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들었다는 게 메디아메트리(Médiamétrie)의 집계다. 일부 야당 정치인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이 연설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주요 야당인 ‘불복종하는 프랑스’의 장-뤽 멜랑숑(Jean-Luc Mélenchon) 대표는 이를 저지하고 나섰다. 그는 “코로나19는 곧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최고치에 도달할 것이다. 지금은 논쟁할 때가 아니고 연대책임과 단결이 필요하다. 각자는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약화시키기 위해 유용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리고 그는 “사회적 에고이즘은 우리를 짓누른다. 구체적인 연대책임 속에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가 국가 위기에 떠올린 가장 중요한 단어는 ‘신성한 단결’과 ‘연대책임’이다. 대통령의 머리에도 야당 대표의 머리에도 이 단어들은 공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우리도 이번 코로나19 위기에 국민들은 연대의식을 가지고 대구와 경북을 지원하고 각자는 수칙을 최대한 지켰다. 그 결과 호랑이 같던 코로나 바이러스도 항복하는 기세다. 그러나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들은 계속 수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다만 이제라도 정치권은 바뀔 필요성이 있다. 특히 야당 말이다. 바이러스의 창궐로 국민은 패닉에 빠지고 여당은 이를 진압하느라 진땀을 빼는 와중에 야당 원내대표는 방역실패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마스크 수급 예측을 잘못했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지금은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이 전쟁을 합심해서 싸워도 이길까 말까 하는데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의 행태는 무엇인가. 야당의 생리이고 선거를 앞둔 표심 흔들기라고 백번 이해한다 쳐도 지금은 사과 타령만 할 때가 아니다. 프랑스의 멜랑숑은 마크롱의 제일 적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위기에 몰리자 논쟁을 일축시키고 연대책임을 호소하지 않던가. 아무리 야당이라도 상황이 엄중할 때는 연대하라. 코로나가19가 퇴각한다 한들 험난한 복구의 시간이 남아있다. 이제부터 정말 야당의 연대가 필요하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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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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