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지난 106일간 이어진 미국·이란 전쟁의 첫 시작과 끝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존재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동 전쟁으로 이끈 네타냐후 총리가 평화협정 문턱에서도 훼방을 놓은 건데요. 우여곡절 끝에 시작될 후속 협상에서도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이란의 강경파를 이겨내야 한다는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네타냐후 '악마의 제안'…마지막까지 '훼방'
14일(이하 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이 실행한 '에픽 퓨리(장대한 분노)' 작전 배경에는 네타냐후 총리의 '악마의 제안'이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픽 퓨리 작전 수행 이틀 전인 올해 2월26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핫라인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때 네타냐후 총리는 암살 시도의 고비를 수차례 넘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습니다. 당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란과 연계된 인물들의 트럼프 대통령 암살 모의를 잇달아 적발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수심'을 자극한 겁니다.
여기에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작전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설득 찬스'로 작용했습니다. 당시는 이란 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있었는데,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무자비한 진압으로 유혈 사태까지 키웠습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핵심 인사들이 테헤란 관저에 집결한다는 첩보를 공유해 이란의 현 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설득했습니다.
문제는 하메네이 사망에도 이란 내 체제 붕괴는 발생하지 않았고, 이란의 미사일 및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 파괴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바라봐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노선'을 이어가기 어려워 휴전 이후 협상 국면으로 전환했지만, 이스라엘은 전쟁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결국 종전 합의 발표 직전까지 이스라엘은 '핵심 변수'를 자처했습니다.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에 미사일 프로그램 등이 제외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소탕을 앞세워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했습니다. 마지막까지 훼방을 놓은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이란·이스라엘 곳곳서 '반대파'
미국과 이란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MOU에 서명한 뒤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한, 대이란 제재 완화, 국외 동결자산 해제, 석유 수출 제재 유예 등을 논의하기 위한 60일간의 후속 협상에 돌입합니다.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의 수위와 동결자산 해제, 핵 프로그램 폐기 수위 등에서 다시 양국이 맞붙을 전망인데요. 문제는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 내부의 강경파가 협상의 난도를 더 높일 거라는 겁니다.
우선 미국 내부 분위기 자체가 좋지 못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이란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은 X(엑스·옛 트위터)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 및 여타 사안에 대한 향후 협상 과정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적으며 핵 합의가 의회의 검토와 표결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60일의 핵 협상에서 공화당 강경파가 수용할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압박입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도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을 믿지 않을 뿐"이라며 "나쁜 합의보다 합의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대해 거세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를 놓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위협이나 폭격이 매력적으로 보이더라도 이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상기하게 됐다"면서 이번 합의가 기존의 JCPOA보다 개선된 점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란 내에서도 이번 합의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표출되면서 MOU 이행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란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란 내 강경파는 외무부 청사 밖에서 "수치스러운 배신자 아라그치 외무장관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쳤습니다. 이란의 캄란 가잔파리 국회의원은 "우리가 승리했고 미국이 후퇴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판했고, 이란의 강경 보수 매체에서는 "파멸적인 굴욕적 항복"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란 내 강경파의 움직임이 친이란 대리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이나 헤즈볼라 등과 연동돼 우발적 공격으로 이어질 경우 협상의 틀 자체를 흔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협상의 판을 가장 크게 흔들어온 이스라엘의 변수도 여전합니다. 이스라엘은 이번 MOU에 미사일 프로그램과 이란의 체제 전복, 핵 역량 완전 제거가 담기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파 성향의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은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재앙"이라고 했고,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도 "이스라엘 외교·안보 정책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실패 중 하나"라고 직격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중단시키는 것과 이란이 헤즈볼라를 억제하는 것이 필수"라고 분석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