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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지만 공범인지는 결론 못 내려"
재판부 직권으로 3월부터 변론 재개…"추가적인 심리 필요"
법조계 "부담스러운 사건이라 다음 재판부로 넘기려 한다" 지적
2020-01-21 15:50:17 2020-01-21 15:50:17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드루킹' 김동원 일당이 준비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다는 판단을 내놨다. 다만 재판부는 김 지사와 드루킹의 관계를 정의하는 것은 좀 더 심리가 필요하다며 최종 판단을 유보했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 사건이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부담스러워진 재판부가 다음 재판부로 판단을 넘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는 21일로 예정됐던 김 지사 항소심 선고를 취소하고 변론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선고는 지난해 12월24일에 이어 이날 두 차례 연기된 것이다. 재판부는 "13회에 걸쳐 공판을 진행한 후 지난해 11월 심리를 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하려 했지만 현 상태에서는 최종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그간 재판에서 쌍방이 주장하고 심리한 내용은 2016년 11월9일 드루킹이 피고인에게 온라인 정보보고를 하고, 킹크랩을 시연했는지 여부에 집중됐다"면서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을 받았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증명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 측이 항소심에서 전면 부인해 온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킹크랩 시연이 있었는지에 심리가 집중되다 보니 정작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었는지는 증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정범은 범행을 분담하거나 공모 후에 기능적 행위 지배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대법원은 직접 범행을 하지 않아도 협력하는 것만으로 공동정범 성립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범행을 인식하면서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공동 가공 의사가 부족하다고 보기도 한다. 재판부는 "판례와 법리에 비춰 볼 때, 우리 사건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사정이 성립 가능한 상황이라, 특검과 피고인 사이에 공방을 통해 추가적인 심리를 하지 않고는 최종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3월10일로 공판기일을 다시 지정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의 제의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 댓글조작 범행에 협력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드루킹이 시연 후 보낸 답신을 문제 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김 지사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는지 등에 대한 8가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추가 심리가 이어짐에 따라 당초 지난해 말에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던 김 지사 항소심은 선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2월24일에는 법원인사가 예정돼 있어 재판부가 다음 기일로 잡은 3월10일에는 새로운 재판부가 사건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판장인 차 부장판사는 해당 재판부에서 이미 만 2년을 보내 다음 달 예정된 법원 정기 인사 이동 대상자다.
 
때문에 재판부가 이 사건 판결에 대한 책임을 다음 재판부로 넘기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지사는 현 정권 실세 중 하나이자 차기 대권후보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그에 대한 판결은 오는 4월 총선에 어떻게든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여태 공범 여부를 가려내지 못했다면 이전 심리에서는 뭘 했는지 궁금하다"면서 "재판부가 정치적인 부담이 큰 시점에 판단을 내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 지사 변호인 측은 "다소 의외의 재판부 설명이라 약간 당혹스럽다"면서도 "김 지사는 변호인과 함께 잘 준비해서 진실을 밝히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관계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사진은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드루킹 김동원씨. 사진/뉴시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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