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이슈)KT, 마케팅비 가이드라인 왜 반발하나?
2010-05-14 09:44:28 2010-05-14 09:50:05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앵커: 어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주요 통신 4개사의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죠? 간단히 내용부터 짚어보죠.
 
기자 : 네. 어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KT, SK텔레콤, LG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4개사가 마케팅비를 매출 대비 22%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8조원이 넘는 마케팅비가 소모됐는데, 이번 합의로 마케팅비가 약 1조원 정도 줄어들게 됐습니다.
 
매출액 기준에서 언론사들이 반발했던 광고선전비와 단말기 매출액이 제외됐습니다.
 
앵커 : 그렇군요. 통신사 마케팅비 대부분이 소모적인 단말기 보조금이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가이드라인을 지키면 통신사 실적이 좋아지는 거 아닌가요? KT가 반발한다는 소식이 들리던데 어떻게 된 건가요?
 
기자 : 어제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지키면 통신사가 가입자 쟁탈전을 위해 쓰는 소모적인 휴대폰 보조금을 안써서 실적이 좋아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왜 KT가 반발하냐 하는 점입니다.
 
우선 KT가 처한 현실입니다. KT는 지난해 KTF와 합병하면서 유선 1위 무선 1위를 꿈꿔 왔습니다. 유선에서 번 돈으로 무선을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죠.
 
아이폰이 제조사 보조금 없이도 날개돋힌 듯 팔려나갈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덕분이죠.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그런 점이 어려워질 수도 있게 됐습니다.
 
KT는 제조사 보조금 지급이 사실상 어려운 차세대 아이폰과 구글 넥서스원을 들여올 생각인데, 이번 조치로 난감하게 된거죠.
 
앵커 : KT랑 얘기를 좀 해봤나요? 이렇게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것을 보면 지키지 않을 가능성도 커보이는데요.
 
기자 : 지금 다들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통신사 정책 구조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이번에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작성한 담당 사무관이 이통통신사의 접속료 부문을 총괄하는 사람입니다. 접속료는 통신사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으로 어느 한쪽에 1원만 더 정산하라고 하면 매출 수백억원이 왔다갔다합니다.
 
그 정도로 통신시장은 규제 시장이고,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합의 발표는 어느 정도 합의 됐으니까 발표한 거고, KT도 제대로 자기네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한 수준이라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무조건 지킵니다.
 
앵커 : 실효성 얘기 좀 해보죠.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질까요? 우회적으로 다른데서 비용을 쓸 수 있잖아요.
 
기자 : 저도 그런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이번에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부서가 방통위 통신경쟁정책과입니다.
 
그 부서가 지난해 말 했던 일이 방통위, 이통사 보조금 종류와 규모 구분해 공개토록 개정안 마련했습니다. 물론 100% 마케팅비 구분은 못하겠지만 이런 조치를 이미 해두었기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보조금 등 마케팅비 우회 전략을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 그렇군요.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가요?
 
기자 : 이번 발표가 있기 전날 제가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 방에 차 한잔 마시러 갔습니다. 신국장하고 제가 나눴던 얘기가 뭐였나면 원안대로 가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안이었죠.
 
통신사들이 합의 직전까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제시하면서 언론에 누더기 가이드라인, 사실상 폐기직전인 정책 정책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기사들이 나가자마자 통신3사의 주가가 바로 떨어졌습니다. 전날 유럽에서 그리스 구제안이 발표돼 증시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나온 거라 통신사들은 할 말이 더 없어졌죠.
 
결국 원안에서 아주 살짝 바뀐 채로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습니다. 제가 신국장과 나눴던 대화의 주제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통신사들이 서비스로 승부할 것이라는 전망이었습니다.
 
마음대로 돈을 못쓰니 돈을 벌고 가입자을 유치하려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지 않으면 힘들거라는 얘기였죠.
 
앵커 : 취재기자 입장에서 이번 발표 어떻게 보세요? 통신시장에서 변화가 있을까요? 이형진 기자가 일선에서 취재를 하니까 한번 짚어봐 주시죠?
 
기자 : 이제 매출 감소는 불가피합니다. 앞으로 벌고 뒤로 내주는 통신사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겁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경쟁사가 도발하면 돈으로 해결한다”였지만 이제 그런 무식한 전략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힘들어질 겁니다. SK텔레콤 매출의 대부분인 음성시장도 어려워질 겁니다.
 
바로 유무선통합서비스때문인데요. 유선과 무선 회사가 통합한 KT와 LG텔레콤이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유무선통합 서비스, FMC를 제공할 것이 유력합니다.
 
아무리 011 번호가 좋아도 음성통화 요금이 20~30% 줄어든다면 SK텔레콤 가입자도 고민이 될겁니다. FMC는 그만큼 강력한 서비스입니다.
 
KT도 지금은 ‘음성시장으로의 회귀’라면 반발하고 있지만 조만간 전열을 정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폰 도입으로 무선 데이터 시장을 연데다 가장 강력한 유무선 결합상품으로 요금 할인율을 더욱 높이고 있으니까요.
 
덩치 측면에서 가장 작은 LG텔레콤이 이번 조치를 가장 환영하는 것도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LG텔레콤도 오즈를 앞세운 국내에서 가장 싼 데이터 요금제와 FMC, 결합상품 등으로 가입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앵커 : 이 기자, 덧붙일 얘기가 있나요?
 
기자 : 일부 언론이 보조금이 제조사 몫이 될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돼야하는 지 이해가 안갑니다. 지금 왜곡된 휴대폰 시장으로 인해 우리나라 가입자는 20~30% 더 비싸게 휴대폰을 사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휴대폰 가격도 현실화해야 합니다. 아니면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도 휴대폰을 살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합니다. 보조금 지급 못하게 했으니 제조사에게 덤터기 씌우는 이상한 일을 벌이는 것보다 그것이 더 현실적인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 magicbull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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