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환경부 블랙리스트' 공소사실 재차 문제제기
"공범인데 피해자로 기재돼 모순"…선별적 기소 논란도
입력 : 2019-11-27 17:57:42 수정 : 2019-11-27 17:57:42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일명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공소사실에 대해 재판부가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특정 인물이 공범이자 피해자로 기재된 점과 공범인데도 기소가 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송인권) 심리로 열린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첫 공판기일에서 재판부는 이같이 지적했다. 재판부는 앞서 두 차례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전 장관 등의 지시를 받은 환경부 직원들의 형법적 평가를 넣어 공소장을 변경하라고 요구했고, 공소장 변경이 이뤄졌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변경된 공소장을 통해 주위적 공소사실로 김 전 장관 등의 지시를 받은 환경부 하급자들을 '간접정범'으로, 예비적 공소사실로 '공동정범'으로 적었다. 재판부는 "환경부 하급자들이 김 전 장관의 강요를 받았다고 한다면 책임을 조각하고 저항할 수 없는 폭력 등이 수반돼야 하는데, 공소 사실 그 어디에도 이를 찾아볼 수 없다"며 "김 전 장관이 그런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면 직권남용이 아닌 폭행이나 협박, 강요 등의 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소장에 보면 업무방해죄 공범으로 기재돼 있는 사람이 앞 페이지에 보면 또 업무방해 피해자라고 돼 있다"면서 "공동정범이라면 업무방해 주범이고 실제 실행 행위를 한 사람으로 보이는데, 피해자로 기재돼 있는 점이 모순적"이라고 설명했다.
 
선별적 기소 가능성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하급자들은 가장 중요한 실행 행위를 한 고위공직자인데도 검찰이 간접정범으로 본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들을 기소 안 하면 선별적 기소 행위라는 비난을 받을 것 같다. 법은 누구에게 공평해야 하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상관의 위법한 지시에 수족이 된 이들도 법적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게 정의구현"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 측이 사직 권유가 직권의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실제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그대로 업무하기도 해 사직서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 데 대해서는 재판부가 "직권남용은 임기 보장돼 있는데 임기 전에 자리에서 쫓아낸다는 점에 방점이 있는데, 형식적으로 사직서가 제출됐지만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권리행사가 적용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전 장관 측은 "4개의 혐의 중 강요와 위력행사 업무방해 혐의는 사실관계 다툼이 필요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위계행사 업무방해 혐의는 법리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신 전 비서관 측도 "이 사건은 대부분 환경부 내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신 전 비서관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환경부와 공모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환경부 공무원을 시켜 박근혜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경공단 이사장 등 임원 13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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