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도시' 또 설익은 공약 남발하는 여당
전문가들 "국토·부동산정책 이해도 없다"…'현대판 청년수용소' 비판도
입력 : 2019-11-14 16:10:33 수정 : 2019-11-14 16:10:33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더불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청년신도시' 조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토·부동산정책 전문가들은 도시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설익은 정책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안에서도 '양정철' 이름 석 자를 앞세워 숙의되지 않은 공약이 남발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14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청년신도시 공약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민주당은 모병제를 운 띄었다가 여론이 반발하자 슬그머니 '검토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제 3기 신도시 일부에 청년신도시 조성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며 "선거만 이기고 보자는 나쁜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청년신도시 공약은 경기도 고양시 창릉과 부천시 대장 등 3기 신도시의 아파트 물량 일부를 청년에게 떼주고 출산과 육아 등에 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이 공약은 야당에서만 지적이 나오는 게 아니다. 국토·부동산정책 전문가들은 충분한 논의와 시뮬레이션 없이 공약으로 된다면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으로 '상상초월의 공약, '현대판 청년수용소' 등 다소 강한 어조로 비판한 전문가도 있었다. 
 
현재 조성 중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전경. 사진/뉴시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 주택공급을 확대하려는 뜻은 가상하다"면서도 "도시정책을 배웠다면 청년신도시 같은 건 대안으로 꺼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청년은 일자리와 교통여건 탓에 서울로 몰리는데, 3기 신도시 등 외곽으로 가려 할지 의문"이라며 "무엇보다 도시란 다양한 계층과 시민이 어울려 확대·발전하는 건데, 청년이라는 특정 계층을 위한 도시는 해외에서도 사례가 없다"고 했다.
 
국내의 대덕연구단지,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특수한 목적으로 대학도시, 기업도시 등을 만든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학생과 연구진, 교수, 전문가, 기업인 등이 모여 공동체를 이뤘다. 다른 전문가는 "신도시라기보다 청년을 위한 소규모 마을을 구상했다면 그나마 이해되지만 그건 행복주택이나 신혼부부희망타운 등 기존 청년정책과 차별성이 없다"며 "그럼에도 '신도시'라고 네이밍을 하는 건 포퓰리즘"이라고 설명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청년신도시가 기존 청년 주택정책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라면 현실성 면에선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기존 정책은 '청년'을 대상으로 했으면서도 '누구를 청년으로 볼지', '얼마나 수용할지', '청년의 소득수준에 맞춘 임대료를 어떻게 방어할지' 등에서 논의가 전혀 없어 문제가 됐다"며 "청년신도시 조성보다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해결책 모색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2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오른쪽)이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청년신도시 공약은 구체적 대안이 제시된 게 아니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윤호중 총선기획단장은 "모병제처럼 이것도 민주연구원 차원에서 검토 중인 것이고 당에서 정식으로 논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
 
특히 당내에선 민주연구원 차원의 아이디어가 당 지도부와 조율 없이 마치 정식 공약처럼 알려지는 것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의원은 "선거가 가까워지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네임밸류가 있으니 대외적으로 민주연구원의 멘트가 종종 당의 공식 입장을 뛰어넘어 영향력을 갖는 일이 많아졌다"면서 "당이 발표할 정책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자칫 당 안에서 반목이 생기는 것처럼 보일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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