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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경제정책 '현타'가 필요하다
2019-09-26 06:00:00 2019-09-26 06:00:00
최근 젊은층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말 중에 '현타'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현실 자각 타임을 줄여 부르는 말로 '헛된 꿈이나 망상 등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는 것'이라는 의미다. 

바닥을 기던 고용시장 상황이 근래 들어 조금씩 회복세다.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수는 전년 동월 대비 45만2000명이 증가해 2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1.4%로 무려 22년만에 가장 높았으며,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7만5000명이 줄어든 8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단기성 노인 일자리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실질적인 고용 시장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노인 단기 일자리 비중이 과도해 고용시장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어렵다는 게 근거다.

하지만 앞서 말한 '현타'를 적용해서 본다면 이 역시 하나의 경제 상황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저출산 고령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화두로 떠올라 뉴스를 접하는 일반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경제 용어가 된지 오래다. 고용정책 자체를 고령화에 포커스를 두고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등과 연계된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25일 뉴스토마토가 분석한 물가의 패러다임 변화 기사의 내용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 발표의 물가와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로 표현되는 체감물가의 괴리감에 대해 꼬집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일반적으로 제조업이나 공공 및 개인서비스 보다는 수급이 불안정한 농축수산물 가격 등락에 포커스를 두고 발표물가와 체감물가 괴리의 원인을 찾았던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다.
 
그러나 3년 동안의 추이를 보면 농축수산물의 경우 물론 태풍, 홍수, 가뭄 등 천재지변에 의해 작황이 좋지 못하거나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같은 전염병이 시장 가격을 흔들기도 했지만 전체의 흐름은 바뀌고 있다는 게 지표로 확인된다. 농축수산물은 전체 품목수 73개 중 하락 품목은 34개서 47개로 늘었고, 상승 품목은 52개서 26개로 줄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가격 안정화에 기하는 여러 제도적 장치가 비교적 효과적으로 작용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작황이 매우 나쁘면 정부가 비축 물량을 푼다든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물량을 수입해 오는 등의 조치를 적절하게 해왔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가격 형성에 정부가 개입하는 노하우와 대처능력이 쌓여 온 탓으로도 이해된다.  
 
그런데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공업제품이나 개인서비스는 상황이 다르다. 같은 기간 상승 품목수 자체가 각각 100개를 넘었는데 각격이 떨어진 품목보다 절대적으로 많다. 다시 말해 경제생활을 하는 일반 가정이 외식을 하거나, 학원비를 내거나, 보험료를 내거나 하는 등에서의 비용이 늘어나 물가가 올랐다고 체감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는 고용정책과 마찬가지로 물가정책에 있어서도 '현타'를 바탕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기해야 한다. 이상적 지표만을 머리맡에 두고 정책을 구상해서는 결코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현실은 현실이다. 상황이 달라졌다면 그 상황에 맞게끔 처방을 내리는 유연한 정책적 기조의 변화가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에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권대경 정책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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