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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미뤄야하나…공모가 하단 속출에 기업 '긴장'
공모주 투심 불안…공모가 하단에 기업도 근심
2019-09-05 15:00:00 2019-09-05 15: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을 마친 예비 상장기업들이 희망공모가보다 낮게 공모가가 결정되는 등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안 여파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데다 먼저 상장한 선배들의 성과도 부진해 심사 잣대가 엄격해지고 있어서다.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도 찬바람 부는 분위기에 상장을 미뤄야 하는 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수요예측 결과가 나온 라닉스와 올리패스는 희망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시스템 반도체 솔루션기업 라닉스는 공모가를 6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희망가 밴드(8000~1만500원)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신약개발 전문기업 올리패스는 희망 공모가(3만7000~4만5000원)와는 거리가 먼 2만원으로 결정했다. 거의 반토막이다. 공모주식수도 기존 80만주에서 70만주로 줄였다.
 
앞서 상장한 기업들의 수익률이 낮았던 것이 투자심리 위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상장한 기업들의 상장 후 등락률을 보면, 레이와 덕산테코피아 2개 기업만 시초가 대비 플러스를 나타냈으며 그린플러스, 마니커에프앤지, 코윈테크 등 나머지 8개 기업은 시초가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슈프리마아이디는 공모가(2만7000원)보다 높은 가격(3만475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지난달 종가 기준으로 -42%를 기록 중이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장종목 36개 중 32개 종목이 시초가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기업공개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IPO 종목에 투자된 자금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시장 유동성에 대한 기대감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 상장기업은 수요예측 결과에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예비 상장사 관계자는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게 형성돼 상장 모집 총액도 대폭 감소했다”며 “공모자금으로 투자하려던 계획을 대폭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1분기 중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던 바디프랜드, 홈플러스리츠 등이 상장을 철회했고,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호텔롯데 등 상반기 상장을 준비하던 주요 대기업들이 상장을 연기하면서 올해 공모시장 대어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졌다.
 
이 외에 금영엔터테인먼트, 레인보우로보틱스, 애니원, 팡스카이, 이시스코스메틱 등이 코스닥 시장에서 심사를 철회했고, 코넥스기업 젠큐릭스는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철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 불안에 따라 공모주 투자가 위축된 분위기를 기업들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대어급들이 준비하고 있어 시장 분위기에 따라 다시 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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