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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ARF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한일갈등 변곡점
미 '분쟁중지 협정' 요청…청 "방법 있으면 적극 검토", 일 "그런 사실 없어"
2019-07-31 15:17:55 2019-07-31 15:17:55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각료급 회의 참석차 방문하는 태국 방콕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한일 관계 진전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에 다소 소극적이던 미국이 본격 중재를 시작한 모양새다. 
 
미 국무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기내 기자회견 문답록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미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예고하고 "우리는 그들(한국과 일본)에게 앞으로 나갈 길을 찾으라고 격려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훌륭한 파트너'로 표현하면서 "두 나라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두 나라 각각에 좋은 지점을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은 미국에게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그간 한일 갈등에 대해 양국 모두 동맹이라는 이유를 들어 '당사자 간 해결할 일'이라며 개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이 추가 보복조치 감행 움직임을 보이고, 우리도 상응조치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협정 파기를 검토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자 결국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 미국이 한일 양국에 일정기간 '분쟁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 서명 검토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을 해소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역시 내달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일단 중지시키고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1일 기자들을 만나 "한미 간에도 여러 채널로 (한일) 갈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라며 해당 내용을 사실상 확인했다. 이어 "(미 고위 관계자로부터) 이러한 말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한일 간 여러 갈등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촉구한) 그런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미국 측에는 일본의 생각을 누차 전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입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가고 싶다"고 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ARF 기간 북한 관계자와의 만남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는 "북측이 방콕 행사에 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약 온다면 리용호 외무상과 만날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외신 등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ARF에 불참하고, 대신 김제봉 태국 주재 대사가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대해선 "(말할 사안이) 없다. 우리는 너무 늦기 이전에 (회담이) 시작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무장지대(DMZ)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을 때 '몇 주 내에 (실무협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협상 재개를 위한) 사전 업무가 약간 있다. 날짜를 고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의 새로운 카운터파트와 너무 늦기 전 마주 앉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8일 일본 도쿄 이이쿠라 공관에서 한미일 외교장관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오른쪽에서부터 순서대로 강경화 외교부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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