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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바로 이런 것이 적폐다
2019-07-08 06:00:00 2019-07-08 06:00:00
지난해 12월27일 일산 킨텍스에서 GTX-A 노선 착공식이 열렸다.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선 "일산에서 강남까지 80분 거리가 20분대로 줄어든다" "역의 시설계획은 미래 고양문화 단지와 MICE복합지구 개발 계획을 고려한 위치 선정" 등의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다.
 
이재명 경기지사, 일산 지역구 국회의원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등 관련 지역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역시 일산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GTX A개통 시점을 '2023년 말'로 못 박았다.
 
기대감에 부푼 지역 주민들도 많이 참석해서 분위기는 뜨거웠다. 행사장 주변에 푸드트럭도 배치됐는데 어묵, 떡꼬치, 핫도그 등이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무료 배포됐다. 행사 이후에는 모든 참석자들에게 수건과 우산으로 이뤄진 기념품도 제공됐다.
 
그런데 정작 통상의 착공식에서 볼 수 있는 첫 삽 뜨기나 테이프 커팅 같은 것은 없었다.
 
그로부터 6개월여가 지난 올해 6월25일 한국감정원은 지상구간에 대한토지보상계획을 공고했다. 이제 공고가 됐으니 감정평가·협의통지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실제 보상이 될 것이고 지상구간의 2배가 훌쩍 넘는 지하구간에 대한 보상공고는 9월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지난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영등포구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브리핑을 열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여기도 GTX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GTX-B노선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연내에 마치고 GTX-C노선은 2021년에 착공하겠으며 현장공사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해 GTX-A노선은 2023년 말 개통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지금(2019년 7월8일)까지 GTX-A공사는 실질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가 킨텍스역 부지입니다'라는 안내판과 가건물 현장 사무소는 들어앉았지만 삽 한 자루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산술적으로 작년 말에 '앞으로 5년 걸린다'고 했는데 반년 이상을 허송세월했다. 게다가 실제 공시가 언제 시작될 진 가늠하기도 어렵다. 대심도를 뚫어야 하는 공사 특성상 지열파이프나 지하수 관정 같은 수직파이프관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고 곳곳에서 지역주민들의 반대 집회도 열리고 있다.
 
이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2023년 말에 GTX-A가 개통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점이다.
 
그래도 GTX는 양반이라는 이야기도 많다. 지난 2003년부터 2기 신도시로 조성된 위례신도시는 계획된 4개 철도사업 중 착공에 들어간 노선이 단 하나도 없다. 다른 2기 신도시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누구 책임일까? 돌아가는 상황을 짐작하면서도 낚시성 혹은 면피용 보도자료 한 장 나올 때 마다 'OOO공사 급가속화, OO지역 부동산 들썩' 같은 맞장구 기사 내놓는 언론 책임도 적잖을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 책임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 지역구로 돌아갈 줄 알고 부랴부랴 삽없는 착공식을 주관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 속사정이 어떤지 뻔히 알면서 여러 부처가 돌아가면서 애드벌룬을 연달아 띄우고 있는 정부의 몫이다. 야당이 장외 투쟁해서, 발목 잡아서 일이 이렇게 된 것도 아니다.
 
어쨌든 GTX-A는 한 단면, 한 상징일 뿐이다. 정부가 내놓고 있는 수많은 계획들...'향후 몇 년간 몇조 몇천억원 투자를 추진하고' '어느 나라와 총 몇조 몇천억원 규모의 MOU OO건을 체결하고' 같은 보도 자료들이 또다른 GTX들 아니겠나?
 
이제 총선이 다가오니 무수한 애드벌룬들이 하늘을 가득 메울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은 몰라서 속고, 일부 사람들은 알면서 속아주게 될 것이다.
 
딴 게 적폐가 아니다. 이런 게 적폐공장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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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09:37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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