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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비 횡령' 전 휘문의숙 이사장 1심 '징역 3년' 선고
법원 "전 이사장인 모친이 사실상 권한 행사"…50억대 '횡령' 대신 '방조' 적용
2019-06-12 19:59:19 2019-06-12 19:59:19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50억대 교비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인기(58) 전 휘문의숙 이사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민 이사장은 휘문의숙 설립자이자 정부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등재된 민영휘의 증손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재판장 손동환)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민 전 이사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아울러 전 휘문의숙 사무국장이자 휘문고등학교 행정실장으로서 휘문의숙 및 학교 회계 및 예산 사무를 총괄해 온 박 모 씨는 징역 4년을, 휘문의숙 소유의 수익용 부동산 A타워를 관리해온 신 모 휘문아파트관리 대표이사는 징역 7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송 모 전 휘문아파트관리 부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어머니 김옥배 전 이사장은 재판 중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재판부는 민 전 이사장과 김 전 이사장 및 박씨의 학교발전기금 527500만원 횡령 혐의에 대해, 민 전 이사장이 어머니 김 전 이사장 일에 함부로 간섭하지 못하고 오히려 김 전 이사장이 휘문의숙 의사결정을 사실상 지배해 오고 있었던 점 등을 참작, ‘횡령대신 업무상횡령 방조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민 전 이사장은 우리들 교회와의 임대차계약 및 학교발전기금 명목 금원 수령에서 배제돼 있었고 그에 관해 결재를 한다거나 별도 보고를 받지 못한 점 등에 비춰 보면, 민 전 이사장이 횡령 사실을 인식한 것을 넘어 김 전 이사장과 박씨가 우리들 교회로부터의 학교발전기금 명목의 돈을 받아 임의로 사용하는 데 공동가공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하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사장으로서의 권한을 적절히 행사해 조기에 저지했더라면 이 사건 규모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민 전 이사장이 김 전 이사장 및 박씨와 공모해 우리들교회로부터 받을 체육관 환경개선 사업비 2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무죄로 봤다. 그밖에 김 전 이사장에게 법인카드 사용금액 2억여 원의 이익을 취하게 하고 휘문의숙에 그만큼 손해를 가한 업무상 배임, 증조부 민영휘 등 조상 성묘비용에 휘문의숙 자금 3000여 만원을 사용한 업무상 횡령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민 전 이사장은 선고 직후 법정에서 학교에 끼친 피해를 갚을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이날 판결문에는 민 전 이사장이 수사 및 공판 절차에서 어머니 김 전 이상이 자신에게 직위를 물려준 뒤에도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해 온 배경에 대해 진술한 내용 일부가 담겼다.
 
민 전 이사장은 제가 학교를 장악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어머니에게 뭔가를 묻고 시정하라고 말할 수 없었다면서 수사 및 공판 절차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기도 했다.
 
저희 민씨 집안과 휘문학교를 유지하는 데 (어머니) 김옥배의 재산이 큰 역할을 했다. 저희 아버지는 나름 좋은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김옥배를 만났을 때는 거의 빈털터리 무일푼이셨다. 할아버지는 6·25때 납북을 당하셔서 할아버지의 재산은 전부 공중분해가 돼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30대 때 두 분이 만나셔서 김옥배의 재산으로 상당히 많은 아버지의 재산 즉, 할아버지의 재산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아버지 사후 삼청동 집이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에게 헐값에 처분되고 국보급 고서화 33점이 안산 단원미술관에 8억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처분되는 것을 목도하시고 살아오신 어머니께서는 그 울분을 참으시면서지내오셨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참작했다.
 
민 전 이사장 등은 20082월부터 20171월까지 우리들 교회에 휘문학교 휴게실, 시청각실, 식당, 운동장 등 학교시설을 빌려주고, 교회로부터 임대료 등 사용대가와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52억여 원을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횡령 혐의 및 업무상배임·업무방해·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위반·사무서 위조 및 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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