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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DNA에 효율성 더했다…이재용식 '신경영'
이건희 신경영 선언 26주년…또 한번의 도약 향해 잰걸음
2019-06-06 06:00:00 2019-06-07 10:34:52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26주년을 앞둔 가운데,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혁신 DNA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이재용의 '뉴 삼성'이 연착륙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기 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진화를 거듭하면서 삼성은 또 한번의 도약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신경영 선언 26주년을 맞는 7일 별도의 기념 행사는 없을 예정이다. 2013년까지는 매년 기념식이 열렸지만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와병한 이후에는 줄곧 조용하게 지내고 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사내 방송, 인트라넷 등을 통해 조촐하게 기념했지만 2017년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에는 그 마저도 사라졌다.
 
하지만 경영 복귀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벤트성 행사 보다는 사업 현안에 집중하고자 하는 이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창립 기념 행사나 삼성전자 창립일, 이병철 창업주 추모식 등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의례적으로 치뤄온 행사에도 몇년 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신 사업 현장에서는 그 어느때 보다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졌다. 지난해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후 알려진 해외 출장만 해도 16건을 넘어섰다. 2~3주에 한번 꼴로 글로벌 사업 점검을 위해 직접 출장길에 오른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인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의 국빈급 인사들과 국내 또는 해당 국가에서 별도의 만남을 가졌고, 중국, 일본 등 해외현장을 방문해 반도체, 5G 등 핵심사업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수원사업장, 기흥사업장, 화성사업장 등 국내 사업장에서 각 부문별 경영진들과 위기 돌파를 위한 전략 회의를 수 차례 열었다.
 
선친의 와병 이후 그룹 경영의 키를 잡은 이 부회장이 내건 슬로건은 '선택과 집중'이다. 선친이 강조해 온 '혁신'을 이어가면서도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효율성'이 가미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직후 가장 처음 한 일은 사업 재정비다. 비주력 사업이었던 방산 계열사들을 한화에, 화학 계열사들을 롯데에 매각했고, 전장·바이오 등 신성장동력에 집중 투자를 단행했다. 또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반도체 백혈병 합의 도출 등 안팎의 묵은 과제들도 차례로 해결했다.  
 
한편 신경영 선언은 1993년 6월7일 이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 200여명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한 것을 일컫는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주문은 삼성을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변모시킨 일대의 전환점으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신경영 이후 애니콜 휴대전화 브랜드를 처음 선보이고, 세계 최초 256Mb D램 개발을 성공시키는 등 급속도의 성장을 거듭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복귀 이후 일련의 행보들을 지켜보면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며 "선친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자신만의 방식으로 삼성을 또 한번 반석에 올려 놓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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