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0.0Mhz’ 정은지 “귀신? 당연히 있지 않을까요?”
데뷔 첫 스크린 주연, 아이돌 출신 선입견 지울 기회↑
“다른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좋아한 공포 출연 O.K”
2019-06-03 11:00:00 2019-06-03 11: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방송가의 흥행 시리즈 응답하라의 시작이 된 응답하라 1997’ 주인공으로 연기의 맛을 먼저 봤었다. 하지만 방송과 영화는 분명히 다른 매체이다.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 멤버인 정은지는 연기에 대한 욕심은 분명히 있었다. 시트콤의 외피를 쓰고 있는 응답하라시리즈에서 정은지는 정극의 연기톤을 최소한으로 드러내면서 자신만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 바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아이돌 출신에게 국내 연예계는 연기란 측면의 기준을 유달리 엄격하게 재단한다. 잘하면 본전이지만 못하면 무조건 아이돌 출신이란 선입견을 들이댄다. 그래서 정은지도 유달리 조심스러웠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몇몇 작품의 출연 섭외가 이어져 왔었다. 하지만 고심 끝에 고사를 연이어 해왔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어온 영화 시나리오 한 편이 정은지의 마음을 흔들었다. 공포 영화 ‘0.0Mhz’는 평소 즐기면서 봐온 웹툰이 원작이었기에 익숙하기도 했다. 물론 아이돌 출신의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공포물이란 것도 작용했다. 무엇보다 정은지가 이 영화에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인 게 그의 선택이 주효했단 점이라면 합격점 그 이상을 줘도 괜찮을 듯 싶었다.
 
배우 정은지. 사진/스마일이엔티,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 개봉 하루 전 정은지와 만나 여러 얘기를 함께 나눴다. 대표작으로 응답하라 1997’이 있지만 그 외에도 여러 드라마에서 연기를 경험했다. 아이돌 출신이란 선입견 때문에 누구보다 이를 악물고 작품에 임해왔다. 물론 그를 캐스팅한 출연작 감독들의 요구도 그가 아이돌 출신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터. 정은지에게 아이돌이란 타이틀은 분명히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훈장인 셈이었다.
 
정말 연기를 잘해도 연기돌이란 소리를 듣지 배우란 소리를 듣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도 연기는 계속 해왔던 것이라. 연기 대선배님들에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무대에서의 3~4분의 시간이 저희에겐 연기거든요. 노래에 담긴 스토리와 감정을 잡고 그 짧은 시간 동안에 기승전결을 만들어 내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아이돌 출신이란 것에 선입견을 갖고 계신 건 당연히 잘 알죠. 그래서 제가 좋은 선례의 스타트를 꼭 끊고 싶었어요.”
 
성격적으로도 워낙 털털한 것으로 유명한 정은지다. 부산 토박이 출신으로 그의 맛깔 나는 부산 사투리는 이미 전매특허나 다름 없다. 털털한 성격에 투박한 부산 사투리가 더해지면서 정은지를 활용한 캐릭터는 지금까지 분명한 답을 정하고 출발해 왔다. 역경 속에서 일어나는 캔디 역할이 그에게 주어질 수 있는 배역의 대부분이었다. 그것조차도 과분하고 고마운 것이지만 정은지는 다른 역에 대한 갈증이 분명했단다.
 
배우 정은지. 사진/스마일이엔티,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한테 들어왔던 배역이 거의 비슷비슷했어요. 캔디 같은 역이에요. 제가 긍정적이고 밝은 면이 많다고 봐주신 것이죠. 근데 나도 분명히 다른 얼굴이 많은데란 욕심이 생겼죠. 그런 시기에 이번 영화 시나리오가 왔어요. 처음에 볼 때도 당연히 윤영 언니가 했던 윤정역할이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나보고 소희역을 하라고’. 너무 놀랐죠. 더군다나 제가 좋아하는 공포 장르에요. 그냥 덥썩 물었죠(웃음)”
 
물론 자신이 원하고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줄 수 있는 배역이기에 고민 없이 선택했다. 하지만 분명히 걱정도 많았단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다. 원작과 영화의 시나리오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우선 원작 자체가 굉장히 인기를 끈 작품이기에 걱정이 됐다. 관객들이 원작과 거리를 두고 영화를 받아 들일지가 관건이었다고. 그 점이 걱정이 되니 자신이 평소 즐겨 보던 공포 장르였지만 굉장히 낯설게 다가온 이야기였다고 털어놨다.
 
제가 연기를 빼어나게 잘하는 배우도 아니고. 우선 원작인 웹툰과 달라진 상태에서의 이야기를 관객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죠. 나 조차도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데. 국내 관객 분들은 원작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굉장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시잖아요. 그 차이를 어떻게 줄 일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윤영 언니가 있었지만 함께 한 동료 배우들도 다들 또래들이라 대선배님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현장도 아니라 다들 걱정도 있었죠.”
 
배우 정은지. 사진/스마일이엔티,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이런 걱정은 정은지가 연기한 소희의 낯선 이미지로 어느 정도 상쇄됐다. 그의 무표정한 영화 속 얼굴은 공포 장르와 결합되면서 생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촬영 당시 주변에서 정은지의 무표정 얼굴에 낯선 분위기를 감지해 다들 놀라워했단 현장 분위기도 그는 전했다. 우선 소희는 어릴 적부터 귀신을 보는 능력을 소유한 인물이다. 할머니부터 엄마까지 이어진 무당 집안의 내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당연히 보통의 인물은 아니었다.
 
어디서도 접하기 힘든 인물이라 연구를 많이 했어요. 일부러 밤에 혼자 집에서 귀신이나 무당 분들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인 신 엑소시스트를 몰아서 보기도 했고요(웃음). 그것 때문인지 가위도 진짜 많이 눌렸어요. 상상이 많이 되니깐 그랬나 봐요. 자연스럽게 소희가 진짜 많이 스트레스를 받겠다싶었죠. 가수들은 가끔씩 녹음실에서 귀신을 본다고 하는 데 전 그런 경험도 없어요. 그래서 동영상을 진짜 많이 봤어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영화 속에서 빙의가 되는 장면이었다. 이건 상상으로도 불가능한 지점 같았단다.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빙의를 경험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도리가 없었다. 지인을 통해 어렵게 소개를 받은 무속인에게 자문을 구하고 또 많은 내용을 듣게 됐단다. 무속인들마다 빙의를 하는 과정도 또 퇴마를 하는 과정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음도 알게 됐다고.
 
배우 정은지. 사진/스마일이엔티,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도 등장하지만 빙의와 퇴마 과정이 가장 중요한데 이걸 내가 어떻게 느껴야 하지싶었죠. 전혀 경험을 안 해 본 상황이라 상상만으로 만들어야 하는 데 그것도 한계가 있을 듯 싶었죠. 어렵게 소개를 받은 무속인 분과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무속인들마다 제스처가 다르고 신을 받아 들이는 과정이나 방법 등도 다 다르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만든 장면을 직접 스크린에서 보니 진짜 이상하기는 했어요. ‘내가 저랬나싶었죠.”
 
물론 공포 영화이기에 현장에서도 이상한 느낌과 낌새를 차릴 법도 했지만 예상 밖으로 촬영 현장은 즐거움과 코믹함의 연속이었다고. 또래 배우들이 함께 엠티를 온 것 같은 분위기를 현장을 즐겼단다. 영화 속에 등장한 폐가 역시 세트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었다고. 하지만 공포스런 분위기와 달리 정은지와 배우들은 연신 모든 것을 즐기면서 작업했단다.
 
배우 정은지. 사진/스마일이엔티,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우선 저희도 놀랐어요. 그 폐가, 실제로 있는 거에요. 정말 산속으로 굽이굽이 들어가니 저런 집이 있더라고요. 제작진에서 찾아 내신 걸로 아는데 정말 신기했죠. 오싹한 느낌도 들었는데 며칠 촬영을 거듭하다 보니 그냥 우리끼리 떠들고 놀고. 하하하. 되게 즐겁게 작업했어요. 촬영하면서 서로가 진짜 귀신이 있을까란 얘기도 주고 받았는데. 전 있다고 생각해요. 이 넓은 세상에 인간만 있다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나요. 혹시 모르죠. 지금 인터뷰하는 여기 주변에도 있을지.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