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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변호사의 블록체인 법률이슈 진단)빌려준 비트코인, 얼마에 반환?
암호화폐 시세 급등락에 분쟁·다툼 발생
투자 당시 금액·개수 등 기준 문제 존재
2019-05-14 06:00:00 2019-05-14 06:00:00
연초 300만~400만원에 불과하던 비트코인(BTC) 가격이 다시 800만원을 돌파하면서 가격 등락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작년 초 비트코인이 급락했을 때는 투자한 당시의 금액을 기준으로 돌려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면, 이제는 투자한 당시의 '금액'이 아니라 '암호화폐 개수'를 기준으로 반환을 하거나 보상·배상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청구 취지를 변경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의뢰인도 등장했다.
 
 
정재욱 법무법인(유한) 주원 파트너 변호사
이러한 암호화폐 시세 급등락으로 인한 다툼 내지 분쟁은 '암호화폐공개(ICO)·암호화폐거래소공개(IEO)·증권형토큰공개(STO) 등을 취소하는 경우 투자받은 이더리움(ETH)이나 암호화폐를 그 교환비율에 맞게 개수대로 돌려주면 되는 것인지', '개인 간 거래에서 빌려준 비트코인(BTC) 등을 돌려줄 때, 빌린 비트코인 개수를 돌려줘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투자 당시의 비트코인 원화 환산 가액을 돌려줘야 하는 것인지' 등 투자한 암호화폐나 빌려준 암호화폐를 돌려받는 과정에서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비트코인 가격이 1BTC당 2000만원일 때 5개(1억원 상당)를 빌려줬는데, 1BTC당 1000만원일 때 이를 돌려받고자 한다면 '5개(5000만원 상당)'를 돌려받으면 되는지, '10개(1억원 상당) 또는 현금 1억원'을 돌려받으면 되는지 등으로 다퉈진다.
 
특별한 약정이 있다면 그에 따라 해결
 
빌려 간 비트코인을 갚지 않아 이를 법적으로 되돌려 받고자 하는 경우, 통상 비트코인의 인도를 구하는 청구(인도청구)를 하고, 그 비트코인을 현실적으로 돌려받기 어려울 것을 대비해 그 비트코인 값어치에 대한 청구(대상청구)까지 함께하게 된다.
 
이때 얼마를 어떻게 돌려받을지에 대해 양 당사자 간에 특별한 약정을 두고 있다면 그에 따라 해결하면 된다. 예를 들어, BTC를 돌려줄 때는 '1BTC당 2000만원'의 비율로 환산한 원화를 지급하기로 한다고 약정하면 그에 따라 해결하면 된다.
  
문제는 아무런 약정을 두고 있지 않을 때 '어떤 기준으로 반환을 해야 하느냐'인데, 이에 대해서는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2018년 10월23일 선고 2017가단11429) 판결을 참고해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A와 B는 'A가 비트코인을 보내 주면 B가 이를 사용한 뒤 A에게 같은 수량의 비트코인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했다. 그런데 B가 A로부터 받은 비트코인(4 BTC) 중 일부만(0.422 BTC)을 반환했고, 이에 A는 B에게 반환 받지 못한 비트코인의 인도 및 그 집행이 불능일 경우 시가에 해당하는 금액의 지급을 구했다.
 
약정없다면 사실심 변론종결 시의 시가를 기준
 
법원은 A가 B에게 4 BTC를 빌려준 사실과 B가 A에게 그 일부(0.422 BTC)를 반환한 사실을 인정하고, B는 A에게 나머지 3.578 BTC를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만약 그 집행이 불가능하다면, 변론종결일 당시의 비트코인의 국내 시가로 환산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비트코인의 시세가 주식처럼 등락이 있기 때문에 언제를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정해야 하는지가 문제 될 것인데, 법원에서는 빌려줄 때의 시가가 아니라 변론종결 당시가 현금 환산의 시점이 된다고 봤다.
 
실제 A는 B에게 이행을 최고한 일자인 2017년 12월5일 기준의 시세(1BTC당 1400만원 내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변론 종결일인 2018년 9월4일 기준의 시세(1BTC당 800만원 내외)를 적용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대상청구(목적물 인도 불능 시에 금전의 지급을 구하는 것)를 할 때 사실심 변론 종결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대법원 판례(1975년 7월22일 선고 75다450 판결)를 따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위 법원의 판결은 ⑴비트코인에 대한 법적 성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문제와 ⑵ 비트코인에 대한 집행 가능성(기술적으로 실현가능한지)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당사자 사이의 관계, 약정의 내용 등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도 있어
  
인도청구의 대상이 되려면 비트코인이 '물건' 또는 '동산'에 해당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2018도3619 판결에서도 비트코인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만 인정됐을 뿐 그 법적 성격이 물건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 다른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다만 '양 당사자 사이에 비트코인을 보내주면 비트코인으로 돌려준다는 약정에 대해 다툼이 없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또는 '향후 법리적으로 비트코인이 민법상 물건으로 취급되는 경우'에는 법리상 위 법원의 판결을 주된 참고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쉽게 정리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원일 때 1개 빌려주었다가 친구가 이를 갚지 않는 경우, 1개를 돌려받을 수는 있는데 만약 친구가 이를 다른 곳으로 전송해버려 줄 비트코인이 없다면 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고 돌려받을 돈은 빌려줄 때의 가격(개당 2000만원)이 아니라 법원에서 변론이 종결될 시점의 시가(2019년 5월13일에 변론이 종결됐다면 개당 약 800만원)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결국 돌려받는 시기에 따라 빌려준 사람이 이익을 볼 수도 있고(BTC 가격이 오른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단 사안별로 양 당사자 사이의 관계, 약정의 내용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다른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특히 빌려준 암호화폐의 성질에 대한 판단(암호화폐 자체의 법적 성격은 물론 해당 암호화폐가 투자금인지, 대여금인지 등)과 반환에 대한 양 당사자의 약정 내용에 따라 소송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어 암호화폐 지급, 반환 등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면밀히 분석·판단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 정재욱 변호사는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 & KIM)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블록체인 TF 팀장을 맡아 블록체인·암호화폐·핀테크·해외송금·국내외 투자·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와 대한변호사협회 IT 블록체인 특별위원회 간사,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학술이사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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